호주 외환시장에 환투기 경보가 울려퍼지고 있다.

지난 5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호주달러는 미달러당 1.6655호주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1개월새 9%나 절하된 것이다.

지난 86년7월 이후 12년만의 최저치다.

이날 미국 등 국제 환투기꾼들은 호주달러화를 무더기로 시장에 쏟아내면서
호주달러를 공략했다.

호주중앙은행이 긴급히 30억호주달러를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방어전선
은 후퇴를 거듭했다.

작년 중반부터 하향곡선을 그려온 호주달러는 최근 추락세에 부쩍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등 국제 투기세력이 호주달러에 대한 집중공격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동남아시아 통화를 겨냥했던 환투기 포화가 호주 외환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게 피터 휘틀리 콜로니얼스테이트뱅크 외환매니저의 말이다.

왜일까.

뱅커스트러스트 호주 지점의 제오프 보우머 부사장은 투기자본들이 동남아
대신 호주 외환시장을 헤지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때 동남아 시장에 몰렸던 투기자본이 동남아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자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호주외환시장을 대안으로 노리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 통화위기가 불거지면서부터 "호주도 위험하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호주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인 아시아경제가 허물어지니 호주경제도
균열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근거에서였다.

호주의 최대 수출품목은 원자재.아시아 시장은 호주 전체 원자재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아시아경제는 호주경제의 중심축이다.

따라서 아시아 경제난은 호주에 즉각적인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호주는 아시아 위기이후 수출에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다.

원자재및 금수출이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밀려들던 아시아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호주경제는 외관상으로는 아시아충격을 그런대로 흡수해 내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보다 4.9% 늘어난
점을 들며 아시아 위기가 미치는 영향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비관적이다.

아시아가 최소한 수년간은 정상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로 볼때 호주
경제의 앞날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호주 중앙은행의 변변찮은 외환보유고도 문제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약 1백25억달러.

호주달러화를 지키기에는 밑천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경제상황이 안좋은 탓에 통화지지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호주달러 하락을 예상한 투기꾼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