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회계정보가 불신받게 된데는 회계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이나 공인회계사 등 관련주체들이 법이나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종창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국제사회에서의 국내회계정보불신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따라서 김위원은 "회계제도의 개선은 운영주체들의 관행을 바로잡는데
주력해야 된다"고 밝혔다.

또 최근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자문기구인 회계제도특별위원회가 제안한
회계시장의 전면개방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를 만나 회계제도 개편방향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국내회계정보가 불신받게된 이유는.

"국내기업의 회계정보가 신뢰성을 잃은 것은 기업회계기준이 국제수준에
비해 미흡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기업이나 감사인(공인회계사) 등이
법이나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기관이 결산기마다 업계의견만 듣고 지침을 정해온 것도 잘못이다.

회사입장에서도 경영진에 대한 소수주주나 사외이사등 견제세력이 미약해
분식회계나 빈번한 회계변경 등이 자유롭게 이루어져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공인회계사의 경우엔 감사수임을 위해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간과하는 등
부실감사를 해왔다"

-회계제도의 개선방향은.

"기업회계기준을 국제수준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회계와 관련된 각 주체들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가 근절될 수 있도록 외부감사관련제도를 엄격히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함께 금융및 세무관행 각종 부조리 등을 없애기위한 우리사회의 구조나
인식의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은 국제회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예정이다.

현재 외국인을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안을 검토중이다.

다만 기업회계기준의 개선은 국제회계기준이나 미국식 회계기준 등에서
허용하고 있는 회계처리방법중에서 국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국제회계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국내의 경제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회계처리기준을 채택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IMF IBRD나 외국인투자자들이 우리경제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외부감사제도의 개선방안은.

"그동안 꾸준히 개선돼 제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실감사에 대한 손해배상제도 등을 통해 책임추궁을 엄격히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감사인 평가결과및 사업보고서를 철저히 공시할 것이다.

또 3년간 감사인계약이나 감사인 지정제도는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자산규모나 공인회계사 수에 따라 수임을 제한하고 있는 감사인
수임제한제 역시 대폭 완화돼야 한다.

최고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회계감사수수료 제한도 담합소지와 철저한 감사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국처럼 감사시간에 비례하는 보수체계로 전환하거나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다"

-분식 등 회계를 조작한 기업이나 외부감사인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수단도
강구하고 있는가.

"감리조치를 받은 회계법인은 더 이상 해당회사의 감사인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하는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도록 할 것이다.

또 분식결산및 부실감사로 인한 피해 역시 기업이나 감사인이 책임지도록
하겠다"

-한시적 자문기구인 회계제도특별위원회가 업계의 자율적인 상호감리제
도입을 제안했는데 이를 수용할 것인가.

"상호감리제도는 자율적으로 감사수준을 제고한다는 의미에서
공인회계사회나 회계법인이 결정할 사항이다.

그러나 분식회계나 부실감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감리주체는 계속
감독기관이 돼야한다.

중장기적으로 공정한 감사가 정착되면 감리제도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 회계법인의 자율적인 상호감리에 대해 SEC(증권위원회)와
POB(공공감시위원회)가 이를 감독하고 있으며 상호감리결과는 감리보고서라는
책자를 통해 일반에 공시되고 있다"

-공시제도는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

"영업활동이나 경영실적 등 투자판단에 유용한 예측정보도 회사가
자발적으로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있다.

그러나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도 있어 예측정보의 공시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또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예측정보에 대해서는 증권거래법상 허위공시
처벌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면책조항을 적용할 방침이다"

-예측정보의 자발적 공시는 불성실해질 가능성도 높은데.

"예측정보의 공시는 추상적이고 구체적으로 그 진위여부를 가리기가
쉽지않아 불공정거래에 악용할 소지도 있다.

그러나 고의나 중대한 과실 또는 불성실하게 공시의무를 이행했을 경우에는
당연히 법령위반으로 처벌할 것이다.

또 공시의무위반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사법적 행정적 조치외에도
기업에 실질적 경제적 불이익이 되는 금전제재방안의 도입을 검토중이다"

-IMF 등은 2000년부터 분기재무제표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반기재무제표도 믿기 어려운 국내 풍토상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지 않은 분기보고서는 투자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는데.

"현재 반기재무제표도 공인회계사의 정식감사를 받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반기재무제표에 대해 정식 회계감사를 받지않고있다.

그러나 반기보고서의 감사인 검토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상장기업에 대해 2000년 도입되는 분기보고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

-회계특위가 회계시장 개방을 제안했다.

정부의 입장은.

"회계시장의 완전개방은 회계정보 이용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국내회계산업의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취약한 현실에서 회계시장의
개방은 국내회계법인의 경쟁력기반을 무너뜨릴 우려도 있다.

따라서 회계시장 개방은 세계무역기구(WTO)서비스협정에 따라 이뤄지므로
WTO협상추이를 봐가며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