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 여파로 잇달아 대규모 실권이 발생하면서 상장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상증자가 사실상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어 파장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7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IMF체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
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한 51개 상장기업의 실권율이 평균 36.8%에 달했다.

유상증자 실권율은 지난해 12월 31.7%에서 올 2월에는 무려 60.2%까지
치솟았다.

3월에도 종금사들의 대규모 실권사태로 53.7%의 실권율을 기록했다.

4월과 5월들어 실권율이 26~28%로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쌍용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3월 1천5백억원의 유상증자를 시도했으나
88.7%가 실권처리돼 실제로는 1백78억원만 납입됐다.

실권율이 80%를 웃돈 회사는 쌍용투자증권을 포함, 동양강철(82.3%)
금호종금(81.4%) 대한종금(81.5%) 울산종금(80.0%) 태평양종합산업(88.1%)등
6개사에 달했다.

실권율이 50%를 넘은 회사도 중앙제지(63.8%) 나라종금(76.9%)
영남종금(72.1%) 한길종금(62.6%) 중앙종금(68.2%) 현대종합상사(69.8%)등
19개사였다.

이달에도 2조6백25억원의 유상증자물량이 대기하고 있으나 대규모 실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월에는 일성신약(34억원) 한국안전유리(4백억원)등 4백34억원이 전부다.

이같은 무더기 실권사태는 주가하락으로 신주발행가가 싯가보다 높아져
많은 주주들이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60%이상의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싯가발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싯가발행을 위해서는 법원허가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때문이다.

이같은 초유의 실권사태는 적잖은 후유증도 남기고 있다.

거래업체나 우리사주조합, 사원들에게까지 실권주를 떠넘기는등 각종
편법이 동원됐다.

또 주간사 증권사들도 상당액의 실권물량을 떠안았다.

이로인해 증권사들도 "유상증자 때문에 피멍이 들었다"고 말한다.
(대우증권 이정우 이사)

유상증자가 자금조달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초래되고 있다.

기업들은 오는 2000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이내로 줄여야 하고 금융
기관들은 당장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한다.

외자유치가 쉽지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재무구조 개선 수단인 유상증자가
마비상태인만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대규모 유상증자 물량은 가뜩이나 침체된 증시의 수급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도 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3조4천5백87억원의 유상증자 물량이 쏟아졌다.

이는 증시침체로 이어져 유상증자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쳇바퀴가
반복됐다.

아무튼 유상증자와 관련된 각종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증권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종오 대신증권 기업금융팀장은 "싯가증자를 손쉽게 하는 한편 유상증자에
걸린는 기간과 절차도 대폭 단축시켜 발행가와 싯가의 괴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