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실업증가와 인플레 조짐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여왔던 홍콩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으로 27일 증시가
5%나 폭락하는등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등 세계 전역의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날이어서 홍콩 경제에 대한 전망을 더 암울하게 만들었다.

물론 29일로 예정된 1.4분기 경제성장률 공식발표를 기다려봐야 겠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98년 홍콩 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종전의 2.5-3%에서
"1% 이하"로 내려잡았다.

1/4분기엔 마이너스성장이 확실시된다.

정부재정과 외환보유고등이 아직 탄탄하고 중국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을 것이란 낙관론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비관론도 점차
힘을 얻어가는 중이다.

홍콩증시를 폭락으로 몰아간 문제의 발언은 바로 둥젠화(동건화) 홍콩
행정장관의 말이었다.

그는 27일 "홍콩은 지금 경제구조 조정국면에 있다.

이로 인한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더 오래갈수도 있고 많은 고통도 뒤따를
것이다.

성장률이 계속 떨어져 마이너스를 기록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에 미칠 충격파를 염려해 "감세 투자지출 증대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해 경기후퇴를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곧바로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자 둥 장관은 28일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자청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중국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홍콩달러를
미국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달러페그(Peg)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우려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홍콩 경제는 지난해 7월 중국에 반환된 직후부터 먹구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주권반환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부동산매물이 계속 쌓여 갔고
부동산개발회사들이 가격인하경쟁에 나서면서 이와 연관된 주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1만6천포인트까지 올랐던 항셍지수가 지금 8천9백-9천대로
거의 반토막 나버린 것이다.

또 호텔등 서비스업을 비롯, 기업 대부분의 수익이 줄어들고 주식수익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월중 실업률은 14년만에 최고치인 3.9%에 달했다.

여기에다 엔화 폭락, 한국 원화 폭락등 악재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가져올수 있다는 위기감을 부채질하고도 있다.

홍콩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수 있는 중국이 최근 실업증가 수출감소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의 하나다.

리 키밍 중국통계청 산업교통담당관은 4-5월 중국의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저조해 8% 성장목표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외국인 전용주식인 "B주식"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항셍지수가
8천6백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딥 카푸르는
"27일의 폭락이 바로 위기의 시작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보다
조금 더 빠지더라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한듯 28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0.9% 오른 9,065.25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 장규호 기자 ghch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