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들이 오늘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집회 및 시위를 갖기로해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 집회에는 근로자 외에도 극렬 학생단체인 한총련소속 학생들까지
참가할 예정이라고 하니 자칫 노학연대 폭력투쟁으로 번져 지난번 근로자의
날 쇠파이프시위와 같은 양상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노동단체들의 집회는 이번주말을 시작으로 오는 23일의 실업자 대행진,
권역별 투쟁대회 등으로 이어지고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방문 출발전날인
6월5일부터는 민노총산하 사업장에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나와 있다.

이러다가는 전국이 불법 시위장으로 변해 국가 전체가 파탄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돌고 있다.

긴장한 정부는 매일 대책회의다, 관계장관 합동담화다 하여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어제는 김종필 총리서리가 직접 TV에 출연,
근로자들의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당면한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할 정부가
시위대책에 매달려 허둥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같은 위기감
조성으로 근로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근로자들의 고통스런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위를 한다고
해서 고통이 풀리고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위기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참고 견디면서 힘을 합쳐도 풀릴까말까
한 지극히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불법 폭력시위는 오히려 근로자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일자리를 더 많이
빼앗아가는 원인을 만들 뿐이다.

지난 근로자의 날 폭력시위의 결과는 우리 경제가 조그만 충격에도 얼마나
깨지기 쉬운, 취약한 상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율은 다시 오르고 주가는 연중 최저 수준을 헤매고 있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의 위기극복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문전까지
왔던 외국투자자들이 폭력시위에 놀라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미 제2의 외환.금융위기 조짐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판에 또다시 대규모 폭력시위가 벌어진다면 그동안의 외국인투자
유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합법적인 집회나 시위까지도 자제해야 할 위기상황에서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난무하는 폭력시위는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뿐만
아니라 안정속의 경제회복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염원과도 거리가 멀다.

이제부터라도 노동단체들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표시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화의 광장인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모든 문제를 민주적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말로만 "강력대처"를 되뇌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가담을 적극
저지, 집회의 폭력화를 사전에 막아야 하며 만약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될
경우에는 초동단계에서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