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이달말까지 부실기업을 선정해 강제
퇴출토록 하겠다고 한 김대중 대통령의 "신속한 기업구조조정" 방침에 대해
여야가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회의는 12일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 김 대통령의 방침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 방안"마련에 착수했다.

이에반해 한나라당은 무리한 기업퇴출은 현 경제여건상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사실상 기업퇴출 방침을 유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정부주도의 기업퇴출은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되는 사회주의적.전체주의적
발상일뿐만 아니라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신당도 이날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중지돼야한다"며 정부와 은행이
탁상자료를 펴놓고 죽일 기업 살리기업을 재단하는 것은 정부지배경제와
관치금융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이날 "5월말까지 도태시킬 기업을 선정,
6월부터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다"고 거듭
확인했다.

김 의장은 또 "대기업들도 이번에는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의장은 특히 "협조융자를 받은 대기업들은 "알짜기업"을 내놓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채비율이 1백%를 밑도는 중소기업들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비율이 6백%를 넘는 대기업들이 협조융자를 받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조순 총재 주재로 열린 지방선거 대책회의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을 정리해야한다는 원칙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무리한 기업퇴출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따라 조만간 조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조 총재는 회의에서 "은행에 부실기업 판정위원회를 구성, 대상기업을
선정해 강제 퇴출토록 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될뿐만 아니라,
더욱이 이 정부가 그에 대한 판정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철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부실기업에 대한
판정을 하면, 결과적으로 기업들로서는 여당쪽에 줄서기를 강요받게 되는 등
정치적 의도도 농후하다는 데 참석자들간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국민신당 조해진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살생부 작업으로 기업은
구조조정보다는 은행과 정부에 대한 로비에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는
차기 정부의 청문회 감을 하나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