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도 좋든싫든 외국기업과의 합병등 구조재편의 태풍에
휩싸이게 됐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마이너 리그"로 분류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대우는 GM과 글로벌 전략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고 기아는 포드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다.

관심은 현대자동차다.

현대는 겉으로는 당분간 "독야청청"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는 그동안도 여러차례 전략제휴를 시도했었다.

80년대 중반 크라이슬러와 전략제휴를 맺기위해 추진했던 "올림푸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케팅비용 분담문제로 결렬되긴했지만 현대는 당시 캐나다 브로몽공장의
쏘나타를 크라이슬러에 납품하는 것등 폭넓은 제휴방안을 마련, 계약직전
단계까지 갔었다.

현대가 크라이슬러-벤츠 군단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인연을 배경으로 한다.

물론 현대는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한다.

현대는 지난해에도 유럽 굴지의 상용차메이커인 DAF와 전략제휴를
추진했다.

이 협상은 DAF가 미국의 파카사에 인수되면서 무산됐다.

현대는 "우선은 체질을 강화하고 기아를 인수해 연산 2백50만대 체제를
갖추는데 중점을 두기로했다"(이유일 기획본부장)고 밝혔다.

외국기업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선 뒤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대우는 세계 최대메이커인 GM을 잡았다.

대우는 이 회사와의 글로벌 전략제휴를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수십억달러를 유치,성장의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태구사장은 "서로 취약지역에서 차종을 교환생산하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GM-대우"는 크라이슬러-벤츠의 합병에 못지않은 얼라이언스가
될 것이라고 대우관계자는 강조한다.

대우는 그러나 쌍용의 제휴선인 벤츠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않고 있다.

대우가 GM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벤츠 또한 크라이슬러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쌍용의 "효용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아는 포드에 힘을 얹어줄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 메이커를 잡아봐야 생존에 별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드에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이종대
기아자동차 기획총괄 사장)는 얘기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포드도 소형차 공급기지라는 점에서 기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크라이슬러-벤츠, 폴크스바켄-롤스로이스의 합병발표 이전까지만해도
"자동차업체는 10대 메이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존의 범위가 5대메이커로 좁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업체들도 바빠질 수 밖에 없게됐다.

<김정호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