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감리업체들의 권한남용이 갈수록 문제시되자 주택건설
업체들이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24일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는 감리업체들이 사소한 일에도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고 시공인력보다 많은 감리원을 공사현장에 배치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건설교통부에 제도개선을 공식 요청했다.

협회는 최근 건교부에 낸 건의서에서 공정경쟁을 통해 선정토록 되어있는
감리자를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선 순번제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담합의
여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로인해 가격과 기술에 대한 경쟁이 없어져 주택업체들이 감리비 최고한도
(총 공사비의 2.5%)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주택사업자가 아파트를 3백가구이상 건설할 경우에는 관할 지방자치
단체장이 사전자격심사(PQ)와 최저가입찰을 통해 감리자를 선정토록
되어있다.

협회는 또 공사현장에 배치되는 감리자가 과도하게 많다고 지적했다.

주택은 단순 반복공사여서 공사비가 1백억원인 경우 월 인원 70명(하루
2.3명)이 상주토록한 현행 법률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이 분당신도시에 건립중인 빌라단지(80가구)에는
시공인력으로 현장소장과 건축기사가 각각 1명 있지만 감리자는 7명이나
상주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감리자들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도심 건설현장은 교통난과 인근 주민들의 민원때문에 새벽이나
밤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경우가 많지만 감리자가 정시출퇴근을 고집하며
공사를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휴일의 경우 감리자가 출근하지 않으면 공사를 못해 건설업체들은 감리자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란게 협회측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자금난으로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업체는
과도한 감리인력이 부담이 될뿐더러 감리자를 소홀히 하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회원사들의
항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윤학노협회부회장은 "현행감리제도가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감리자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안전시공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감리업계측은 부실시공을 추방하기 위해선 현행 감리제도 존속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이묵 한국건설감리협회 기획실장은 "지난해 발생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한진아파트 축대 붕괴사고처럼 주택업계가 단순 반복공사라고 주장하는
아파트 공사장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감리제도 완화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말 현재 감리전문업체로 등록한 업체는 전국적으로 5백94개사이며
연간 시장규모는 3천7백억원이다.

이중 주택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인 1천4백억원이다.

< 송진흡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