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들은 주가가 맥없이 흘러내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을 꼽았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도 한결같이 이점을 지적했다.

22일 본지가 9명의 국내외 증시전문가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주가회복 여부가 전적으로 경제구조 조정의 속도와 강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 기업, 노조 등 경제주체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할
각오를 다지고 그것이 가시화된다면 종합주가지수 400선이 바닥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전 저점인 3백50선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증시침체 원인 =국.내외 증시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주가하락의 최대요인으로 꼽았다.

김기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정부리더쉽의 부재, 노조 및 기득권층의
반발 등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유일한 매수
세력인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홀스버그 한누리투자증권 부사장도 "1,2월에는 외국인들이
구조조정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엔화약세 <>노사분규 <>유상증자 급증 <>수출증가율 둔화
<>중국 위앤화 평가절하 가능성 등도 증시침체의 요인으로 꼽혔다.

<>주가바닥 =조사대상 9명 가운데 400선 지지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5명,
400선 지지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4명으로 바닥이 임박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주가바닥은 전적으로 구조조정의 속도와 강도에 달려 있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스티븐 마빈 쌍용증권 이사는 "단기 바닥은 400선이지만 정부가 KDI의
금융개혁 권고안을 수용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펼치지 않는다면
30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동배 대우증권 부장은 "주가가 지난해 400선 이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때문이었으나 지금은 외환위기단계를 벗어나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따라서 400선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폈다.

이에 반해 김기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은 2.4분기에는 조정(300선대
진입 가능)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낙관론자 역시 구조조정의 강도와 속도에 따라 주가 바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증시침체 문제점 =증시침체가 지속되면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구조조정
일정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지면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능해진다.

스티븐 마빈 이사는 "주가 추락은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직결된다"
며 "이로 인해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기업의 상장 지연, 개인자산감소에 따른 내수위축 등의 부작용도
뒤따른다.

<>언제쯤 깨어날까 =강력한 구조조정과 정부의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정종렬 신영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정부가 구조조정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일정과 원칙을 명확히 한뒤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동 보람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지난해말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이유는 정부가 정확한 외환보유고를 밝히지 않는 등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의 발언 번복이 되풀이되면
외국인들은 다시 떠날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성근.김홍열 기자>

=======================================================================

<< 설문 응답 전문가 >>

정종렬 신영투신운용 사장, 김지완 부국증권 사장,
마이클 홀스버그 한누리투자증권 부사장,
스티븐 마빈 쌍용증권 조사담당 이사, 김기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
조재홍 한국투신 주식운용역, 전영동 보람증권 투자분석팀장,
황창중 LG증권 책임조사역, 정동배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