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금융위기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금처럼 "말뿐인 개혁"이 지속되다간 5월과 6월엔 외국인들이 다시 등을
돌리고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이 무더기로 부도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게
금융위기설의 골자다.

제2의 금융위기설은 특히 노동계의 파업움직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이전투구, 새정부의 중구난방인 경제정책 등 정치사회적 문제까지 겹쳐
하루가 다르게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제2의 금융위기설을 촉발한 요인중 우선 손꼽히는게 수출적신호다.

수출은 올들어 지난3월까지 호조를 보여왔다.

3월말까지 경상수지는 1백9억달러 흑자를 기록, 외환위기를 넘기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4월부터는 원자재가 바닥나면서 수출부진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2.4분기 업종별 수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수출증가는 침체에 빠진 내수부문의 물량을 헐값에 해외로 밀어내는 것에
불과, 지속적인 증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경색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도 문제다.

이달들어 지난 10일까지 은행들의 어음할인실적이 5천6백67억원 줄어들었다.

은행들은 특히 다음달부터는 금융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
잔뜩 몸을 움츠리는 추세다.

여기에 기업들의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면 그동안 주춤했던 부도사태가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월말은 국내외 금융기관의 반기결산기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도 여신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들에 빌려준 1백46억원을 회수하라고
한은에 종용하고 있다.

자칫하면 외환부족사태가 다시 닥칠수도 있다.

은행신탁계정이 연장해준 20조여원의 기업어음(CP)의 만기도 6월에 집중
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건 외국인투자동향이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43억달러를 국내에 투자했다.

이중 38억달러가 주식과 채권 등 간접투자고 직접투자는 5억달러에 불과
하다.

더욱이 이달들어 외국인들은 증시에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까지는 매달 2조~3조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했으나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는 2천1백62억원에 그치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한국정부의 개혁방향은 옳지만 아직 실행된게 하나도
없다"며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몸사리기와 새정부의 정책혼선도 위기설
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여론만 의식, 과감한 개혁정책실현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새정부도 일정한 방향없이 중구난방식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특단의 실업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다보니 노동계의 파업강도만 높이고 있다.

자민련 정세분석실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 ''5월 위기설''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 외국은행 관계자는 "국내외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노동계의
파업움직임과 정부의 개혁미진이 겹치다 보니 금융위기설이 설득력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하영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