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정기예금 등 확정금리상품으로 시중돈이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익만을 좇던 고객들이 "안전성"도 염두에 두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부실금융기관폐쇄를 축으로 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곧 닥칠 예정이어서
자금이동은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확정금리를 주는 은행의 저축성예금
수신고는 지난 3월중 3천5백65억원 감소했으나 이달들어 18일까지
3조1천32억원 늘어났다.

반면 투신사의 대표적인 금융상품인 MMF(시장금리연동부상품)는 지난 1월
7조4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쳤을뿐 2월 4조8천억원, 3월 4조2천원 감소한데
이어 4월들어 18일까지 1조5천여억원 줄었다.

공사채형의 증가세도 주춤한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일부 투신고객들이 예금처를 은행으로 바꾸고 있다"며
"최근들어 투신 구조조정설이 유포된데다 정부가 예금원리금 보장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여 이같은 현상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은행중에서도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우량한
곳에 중점적으로 예금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을 제외한 총수신이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정체를
보였으나 이달들어 1천1백억원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 고객이 모 금융기관에서 5억원을 빼 은행에
맡기러 왔었다"며 "금리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하는 자세였다"고 말했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 등에도 고액예금주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구조조정으로 금융기관 폐쇄가 늘 경우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예금이 대이동하는 "금융교란" 현상이 나타날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RP(환매채)판매가 이달들어 급감하는 것도 이같은
흐름에서 벗어난게 아니라고 분석한다.

RP가 원리금 보장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돌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고객들은 여전히 단기성예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일부 장기 확정금리상품을 택하는 경향도
있긴 하지만 고수익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게 은행의 CD(양도성예금증서).

CD 순발행은 연 18.5% 안팎의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3월중
2조7천억원 팔린데 이어 4월에는 1조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만기가 1년이상인 은행신탁에선 자금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

올해 1월이후 약12조원의 자금이 신탁에서 빠져 나왔다.

신종적립신탁 등 신탁상품의 배당률이 여전히 연 20%를 육박하긴 하지만
실세금리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을 잠궈놓기 싫다는 고객들의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 이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