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의약품공장인 흑염소 "메디"의 탄생은 우리의 유전공학수준을
입증하는 쾌거인 동시에 세계 단백질약품 시장진출을 기대케 하는 낭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욱준 교수팀, 생명공학연구소 이철상 이경광
박사팀, 충남대수의과 연구팀, 한미약품 연구팀은 유전자 형질전환기법을
써서 사람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젖으로 분비하는 흑염소를 세계 최초로
얻는데 최근 성공했다.

G-CSF는 정상인의 몸에서 아주 소량씩 분비되는 단백질로 백혈구의 증식을
도와준다.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으로 세포이식을 받거나 항암제를 투여하는
환자의 경우 피의 생성을 위해 필요하다.

때문에 1g에 11억원이나 하는 엄청난 고가 의약품으로 국내에서는
수입해다 쓰고 있으며 1회 주사(3백마이크론g)에 가격은 34만원 정도다.

현재 12억달러 규모인 국제 G-CSF시장에 있는 제품은 미국 일본의 제약
회사들이 대장균에서 발현시켜 얻어낸 것이나 우리 연구진이 흑염소에서
성공시킨 G-CSF가 더 우수하고 2년내 시제품생산 등 조기 시장진출이 기대돼
흐뭇하다.

정부가 7억원, 한미약품이 3억원을 각각 내놓은 메디탄생연구의 성과는
특히 생산원가를 기존방법에 비해 1%이하로 낮출 수 있어 경제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욱이 확보한 기술은 조혈제나 알파인터페론 등 다른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의 기반기술로 활용이 가능하다.

흑염소의 이름을 ''메디(Meddy)''라 한 뜻이 세계적 상품화를 겨냥한
때문이라 한다.

꿈이 실현되도록 정부 및 산.학.연의 지원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토종 흑염소의 활용이다.

개발기술의 국제특허획득때 있을지도 모르는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품종인 흑염소를 이용했다.

오지에서 야생하는 토종 흑염소는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고 사육이 쉽고
번식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경제개발로 적지 않은 토종 동식물이 사라져 가고 있다.

연구팀이 이번에 이들이 소중한 우리의 연구자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줘
고마움마저 느낀다.

당국은 토종 동식물 보존에 힘써야 한다.

유전공학은 신소재 정보통신 등과 함께 21세기를 리드해갈 첨단분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G7연구사업으로 많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개중에는 투입에 비해 연구결과가 미미해 저평가받고 있는 과제도 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첨단분야의 연구는 1~2년에 그 성과
여부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

이번 연구결과도 4년이 넘게 걸려서 얻어냈다.

현재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대대적으로 진행중
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연구의 싹이 제거되거나 성공가능한 장기과제가 중도에
사라지는 사례가 없도록 관계자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