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폐합을 추진키로 한 출연연구기관 정리작업이 어떤 모습으로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기획예산위원회가 지난 8일 각부처에 시달한 "정부출연연구기관 경영혁신
추진지침"은 인문사회계 연구기관의 경우 원칙적으로 부처당 1개만 두도록
하고 소관부처가 다르더라도 기능이 유사한 연구기관들은 통합하는 것으로
돼있다.

또 민간에서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기관은 민영화하거나
민간에 위탁경영을 시키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기획예산위는 오는 14일까지 각부처의 정리방안을 보고받아 이달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정비해야하는 이유는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18개부처에 58개기관이 난립돼있다는 숫자만으로도 그 당위성은 충분하고,
여기에 유사기능의 중복으로 예산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둘러야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다만 기왕에 연구기관을 정비키로 했다면 숫자줄이기에 급급하거나 기존
연구기관의 경영혁신을 유도하는 차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책연구기관이 꼭 필요한 것인지, 있어야 한다면 정부와 연구기관
간의 분업과 협력체제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지, 또 민간연구기관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정리가 선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구조
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기획예산위가 지침으로 설정한 "1부처 1연구기관"의 원칙은
자칫 부처마다 다른 연구수요를 획일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물론 그같은 기준은 많아도 1개이상은 허용치않겠다는 상한을 설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기준이 설정됨으로해서 없어져야 할 연구기관이 살아남을
여지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또 기능을 무시한채 무리하게 숫자줄이기에 나설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커진다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5공시절 이뤄졌던 과학기술연구원(KIST)와 한국과학원(KAIS)의 통합이
몇년 안돼 다시 분리된 사실이 좋은 교훈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기능재정립이다.

지금은 단기적인 정책개발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다시말하면 공무원들이 해야할 일을 대신해주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소의 장기적인 순수연구기능을 위축시킬뿐 아니라 공무원의
자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함께 초래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책연구기관이 각부처의 정책을 대신 개발해주는 용역기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기획예산위원회의 지침대로라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은 현재의 절반정도인
30여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통폐합도 필요하지만 기능개선과 경영혁신을 좀더 과감하게
추진해줄 것을 당부해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