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

이달들어서만 2백50원이상 떨어졌다.

하향안정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환율뿐만 아니라 금리도 인하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환율안정후 금리인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우리정부가 합의한 원칙이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환율안정을 성급하게 낙관하긴 이르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우리경제의 펀더멘털(기본여건)이 개선된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의 환율하락은 단기수급이 좋아진데 원인이 있다.

시장에 달러공급 요인이 월등히 우세하다.

한국은행이 선물환으로 개입했던 3억달러가량의 물량만기가 이달중
돌아온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채권투자를 위해 자금을 계속 들여오고 있다.

이들은 23일에만 1억달러이상을 원화로 바꾸겠다고 시장에 내놨다.

대상의 라이신사업 매각대금도 이번주중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가 넘쳐흐르는 듯한 모습이다.

이같은 소식에 기업들은 환율하락을 예상,보유물량을 풀고 있다.

그런 반면 환율을 오름세로 부추길만한 요인은 그렇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한동안 외적변수로 거론됐던 중국 위앤화절하 및 일본 엔화약세 운운은
요즘들어 쑥 들어갔다.

이에따라 일부에선 환율이 조만간 1천2백원대 진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문성진 딜러는 "환율이 이번주중 바닥확인 작업을 계속할 것"
이라며 "1천2백원대를 내다보는 딜러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채권투자는 14일짜리 통안증권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는 달리말해 시장의 달러화 수급사정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수
있다는 의미"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체이스맨해튼의 김명한 부지점장도 "4월중순이후 환율이 반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천5백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최근 "보이지 않는 손"이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내용인즉 정부가 환율하락을 위해 기업들에 달러화를 팔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것.

IMF와의 금리인하 협상을 의식,환율을 관리하고 있다는 루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주부터 시장에 정부개입설이 유포되고 있다"
며 "결국은 시장이 이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