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랑천변에 자리잡고있는 3천9백여가구의 월계시영아파트.

국내 전력소비량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전동기의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녹색모터운동(주관 에너지관리공단)의 대표적 시범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동기의 회전속도를 필요에 따라 제어할 수 있는 인버터설비를 올해부터
단지 전체에 채택, 난방비 등 에너지비용을 50%이상 줄일 수 있게 된 것.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3천4백만원의 에너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아파트가 녹색모터운동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지난 96년 10월 실시된
난방방식의 전환이었다.

난방비 절약, 관리의 편리함 등을 위해 당시 중앙집중식 난방을 에너지
관리공단에서 공급하는 지역난방으로 바꿨던 것이다.

그러나 중앙집중식에 맞게 설치된 기존 설비가 열역학적으로 지역난방방식
에서는 부적합해 갖가지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온도조절기와 배관의 파손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점검결과 원인은 수압이었다.

지역난방으로 바뀌면서 수압이 적정수준보다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어느
순간에는 적정치의 2배 가까이 올라갔던 것.

온도조절기등의 파손은 물론이고 유속이 빨라 난방효과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월계시영아파트가 녹색모터운동에 적극 동참하게 된 것은 이들 골칫거리를
해결키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보조펌프 설치, 제한적 중앙집중난방과 지역난방의
병행, 새로운 방식인 인버터 설치 등 3가지 방안중 인버터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인버터는 기계설비를 구동시키는 전동기에 전원을 공급하면서 전압과
주파수를 손쉽게 바꿔 에너지소모량과 직결되는 전동기의 회전속도를 필요한
만큼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다.

특히 팬 펌프 블로워 컴프레서 등 관련설비들은 회전속도와 사용전력량의
연관성이 커 전동기의 속도를 조금만 줄여도 높은 에너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월계시영아파트는 높은 수압으로 인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에너지절감 효과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4천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 규모는 신규 설비를 통한 에너지효율 극대화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지난 85년 완공된 32개동의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4번째로 큰 아파트로
설비시설이 웬만한 공장규모다.

따라서 인버터 등의 신규 설비를 통한 절감효과가 소형 아파트보다 더욱
클 것으로 판단됐다.

시공회사로 녹색모터운동에 참여하고있는 에네스산전까지 선정했으나
문제는 주민들의 설득이었다.

지역난방을 설치하는데 27억원이나 들어갔는데 인버터 설치비 5천2백만원이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난방 및 급수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않으면 인버터 철수와 시공비일체를
반환하겠다는 공증까지 해놓고 주민을 설득하는데 성공, 지난해말 모든
공사를 마치고 올초 가동에 들어갔다.

13개 펌프장구간에 설치된 인버터의 가동결과 압력이 정상화돼 배관파손
등의 문제가 해결됐으며 특히 상당한 절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구별로 차이는 있으나 30%에서 최고 90%의 절전효과가 나타났고 보통
30~40%의 절전효과(연간 3천4백만원)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5천2백만원의 인버터시공비로 연간 3천4백만원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같은 인버터 등의 설치를 통한 에너지절감은 전동기가 사용되고 있는
모든 건물이나 아파트 공장 등에서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무작정 이들 시설을 설치하기보다는 연간가동시간 전력단가 등을
사전에 검토, 절전효과 및 투자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녹색모터운동본부
측은 밝히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규정에 따라 지역난방으로 전환
하는 아파트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절전설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