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는 새정부가 나아가야할 경제정책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전의 양면이고 수레의 양바퀴와 같다.

결코 분리해서는 성공할수 없다"고 강조한 대목을 우선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제를 위해 민주주의적 정치를 유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한동안 통용됐고,
또 한동안은 정치논리가 경제를 좌우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불가분의 가치로 규정한 새 대통령의 정의는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전하게 되면
정경유착이나 관치금융 그리고 부정부패는 일어날수 없다"는 대목이
김대통령의 철학을 더욱 분명히한 대목으로 받아들인다.

부정부패는 따지고보면 정치권력의 시장지배에 기인한다.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고 갖가지규제로 시장이 왜곡돼있는 상황에서는
경제, 곧 기업이 정부와 권력에 의존하려는 성향을 보이게되는 것이 당연하고
정경유착은 그래서 빚어진다고 풀이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조화, 곧 김대통령이 강조한
철저한 "경쟁의 원리"에 따라 시장이 기능하게되면 부패가 없어질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기회있을 때마다 민간주도형 경제와 시장원리를 주장했던 것과
김대통령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볼수있다.

"작지만 강력한 정부"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기능을 민간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폭이양"하겠다고 밝힌 것도 궤가 이어지는 얘기다.

김대통령은 "가장 품질좋고 가장 값싼 상품을 만들어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품질좋고 가장 값싼 상품", 다시말해서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기업의 책무다.

김대통령의 말은 한마디로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는 기업을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또 그는 "기업의 자율성을 철자히 보장하겠다"고 거듭 분명히 했다.

우리는 김대통령의 경제정책, 특히 대기업정책에 대해서는 일부 우려가
없지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대기업을 속치양으로 삼르려는 듯한 움직임이
되풀이됐던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다연하다고도 볼수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되풀이한 <>기업의 투명성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성확립등은 기업들에게 짐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서도 해결해야할
과제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김대통령의 말처럼 올해 우리 경제는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고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이다.

정부 기업 근로자가 모두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긴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도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고 본다.

그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 "참여민주주의"라는 표현에 걸맞게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자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어떻게 극대화해나갈지가
숙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