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중심의 다국적 금융기업들이 일본금융시장을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심각한 부실화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금융계에 들어가 도산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불량채권을 매입하는 등 진출방식에서도
다양함을 보이고 있다.

세계최대의 비은행금융기관(논뱅크)인 미국의 GE캐피털은 4일 일본의
도호생명을 산하기업에 끌어들였다.

양사는 합작회사를 설립, GE캐피털이 50%이상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쥐기로
했다.

도호생명은 기존계약의 관리 및 보험금지불 등 국한된 사업만을 지속하며
앞으로 영업은 신규합작회사를 통해서 하게 된다.

GE캐피털은 투자금액이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대신
도보생명의 영업망과 영업직원을 활용, 생명보험이나 연금운용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얻게 됐다.

GE캐피털은 94년이후 일본의 소형 리스회사 신용판매회사를 매수하는 등
영업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세계최대증권회사인 미국의 메릴린치는 이에앞서 도산한 야마이치증권의
지점.직원을 인수, 개인투자가를 고객으로 하는 증권사를 설립키로 했다.

메릴린치는 50여개의 지점과 약 2천명의 직원을 흡수, 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 계획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연말에는 프랑스 금융업체인 소시에테 제네랄도 야마이치증권계열의
투자자문회사를 인수한 바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일본스미토모은행과 동등지분으로 참여, 야마이치투자
자문의 공동최대주주로 부상했다.

또 일본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외국회사가 생겨나면서 이는
유력한 금융권부실해소방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대형증권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해말 도쿄미쓰비시은행이 갖고 있던
1백25억엔상당의 불량채권과 담보부동산을 인수했다.

골드만은 올해안에만 최고 5천억엔상당의 부동산담보채권을 사들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수한 부동산은 재개발하거나 가격이 상승한 후 매각하게 된다.

이같은 외국금융기관의 일본시장진출은 앞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버블붕괴이후 크게 저평가돼 있는데다
높은 국민소득으로 인해 보험 연금 등 금융업의 시장규모가 매력으로 작용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E캐피털의 잭 웰치 회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기를 맞은
일본 등 아시아국가에서 투자확대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히는 등 서구
다국적 금융기업들은 적극적인 진출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