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의 수정구는 과연 신통력이 있는 것일까"

정치.경제에 관한한 "예언자"적 통찰력을 자부하는 명사들의 모임인
다보스회의가 막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다 문득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올해 회의의 최대 이슈는 단연 아시아의 경제위기.

그래서 참석자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바로 1년전의 회의에서는 이런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게 이들 예언자였다.

이들이 아시아 사태에 얼마나 청맹이었는지는 작년 회의의 연례보고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보고서에서 예언자들은 "아시아의 기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
했다.

한 술 더떠 "아무도 이같은 전망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주석까지 덧붙여
놓았다.

심지어 이번 외환위기의 당사국인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참석자들조차
"아시아경제가 보다 견실하고 거품이 없는 상태로 진전되고 있다"고 자랑
했다.

아시아의 외환위기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됐으니 불과 6개월 뒤의
사태를 내다보지 못한 셈이다.

정치쪽도 눈뜬 장님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작년 회의에서는 캄보디아의 라나리드 제1수상이 참석, 메콩강 유역 개발에
서방자본의 참여를 촉구했는데 수개월뒤 그는 훈센에 의해 축출됐다.

이밖에도 작년회의에서 우려사항으로 제기됐던 홍콩의 주권반환에 따른
혼란이나 중국의 지역간 빈부격차로 인한 문제 등도 적어도 현재로서는
기우로 판명됐다.

"다보스 예언"의 이같은 맹점들을 반추해 보면 이번 회의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고무적인 평가가 나온데 대해 결코 안도하거나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새삼 되뇌이게 된다.

임혁 < 국제1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