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

지난해와 달리 대사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특히 상무관실은 개점휴업상태.

대부분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

IMF 한파로 한국기업유치를 위한 투자세미나와 사절단방한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보류된 탓이다.

그동안 한국기업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영국대사관은 올해중 30여건의
투자세미나 등을 계획했었다.

"비수기"인 1월에만도 과학교육워크샵 등 3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본국 정부와 기업들은 대부분 취소 또는 보류라는 안타까운
소식들만 전해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는 10건도 채 안될 전망이다.

지난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물론 "한.영 만남 2백주년"의 해여서 특별 기획된 이벤트들이 많은 탓도
있었지만 지난해 영국대사관은 60여건의 투자세미나와 사절단방한프로그램을
치렀다.

한달에 평균 5건꼴인 셈이었다.

덕분에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상무과 직원들은 서울 부산 등 전국을 누비며
행사준비 관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너무 바빠 개인시간을 가질 수 없다고 불평도 했다.

남대문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주한 독일대사관.

이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예년 같으면 한해동안의 투자세미나계획 등이 수립돼 이미 준비단계에
접어들 시점이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까지 본국 정부나 기업들로부터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해 투자및 기술세미나 10여개를 포함,40개 행사를 주관했던 독일대사관
은 올해는 그 절반수준에도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올해 계획된 행사들의 규모와 시기를 조정하는 내부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올봄에 열기로 했던 소비자용품박람회는 일단 가을로 미루고 행사
규모도 대폭 축소키로 했다.

대사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IMF 한파로 대부분이 썰렁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바쁘게 돌아다녀도 좋으니 70년대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도 IMF체제에서 빨리 벗어나 해외투자여력을 회복했으면 합니다"

한 외국대사관 상무과 직원의 새해 소망이다.

김수찬 < 국제1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