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해고 어떻게 풀 것인가'' ]]]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환위기 탈출과 맞물려 있는 정리해고문제가 우리
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신문은 노총 경총 학계 재계 등 각 분야의 노사문제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마련, 사회적 합의 도출을 시도했다.

14일 한국경제신문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예상대로 양측은
기본적으로 평행선을 긋는 상황이었지만 과거의 "절대수용불가"와 같은
경직된 자세에서 "조건부수용"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근노자측은 정리해고도입을 위해선 해고당하는 근로자들의 권익보호장치가
선결조건임을 분명히 밝혔다.

노조측은 이와함께 실업자에 대한 사회적보장의 확대 직업훈련활성화 등도
요구했다.

이러한 중요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 정리해고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사용자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을 충족
시키고 현재의 절박한 위기상황을 탈출하기 위해선 정리해고제 도입이
불가피함을 강조하면서도 해고 최소화를 위해 재계가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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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 : 김소영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김종각 < 한국노총 선임연구위원 >
양병무 < 경총 연구부장 >
이병남 < LG인화원 상무 >
김동원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양봉진 < 한국경제신문사 편집국 부국장대우 / 사회 ]]]

<> 사회 =주지하다시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 외국투자자들은 우리나라
외채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조건으로 금융산업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발제자인 김소영박사의 말씀부터 들어보면 어떨까요.

<> 김소영 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리해고제 도입이 불가결하다는 데는
모두들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정리해고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 것인지, 도입할 경우엔
어떻게 해고를 최소화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실업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재계가 앞장서 고통분담을 위한 밑그림을 노동계에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종각 선임연구위원 (한국노총)=논의에 앞서 지적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김박사를 포함해 일부에서는 정리해고 수용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를 어떻게
우리 실정에 맞게, 그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도입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계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정리해고제 도입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노총이 노사정협의에 참가를 거부한 것도 정리해고제 수용을 전제로
한 협의라면 참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총체적 경제난국을 초래한 데 대한 원인규명과 책임추궁 없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라고 해서는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IMF측에서는 한국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시.일용직 노동자는 6백만여명
으로 전체 노동자의 47%를 차지합니다.

이는 명시적으로 정리해고를 도입하진 않았지만 한국 노동시장이 선진국에
비교해도 유연성에 있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단지 이런 사실이 외국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따름입니다.

IMF측에선 정리해고제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근로기준법
에는 이미 이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99년 3월까지 시행이 유보됐을 뿐입니다.

따라서 IMF 요구대로 무리하게 정리해고제를 조기에 도입하려는 것은 법의
혼선을 초래함은 물론 경제위기 극복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 사회 =사용자측인 경총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 양병무 연구부장 (경총)=김연구위원의 말씀대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해도 정작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노동시장을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의 홍보부족에서 비롯됐든 오해에서 나왔든 시각차가 존재한다면 신뢰
회복을 위해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태가 절박하다는 얘기입니다.

정리해고 제도화를 하루빨리 서둘러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부작용과 문제점
을 최소화하는데 우리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정리해고에 대해 보다 본질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 사회 =예상했던 대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러한 갈등구도를 풀어갈 방안은 없겠습니까.

<> 이병남 상무 (LG인화원)=대부분의 기업에서 인적자산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정리해고는 조직내에서 이처럼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살필 수 있는 데 우선 하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생산요소로서의 노동(인적자원)이고 다른 하나는 만물의 영장으로 우주와도
비교되는 존엄한 사람 그 자체입니다.

전자 즉 생산요소로서의 노동으로만 사람을 본다면 기업 생존을 위해서라면
정리해고는 필수적인 요건으로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기업이 시장경제체제를 따르고 포기하지 않는 한도내에서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파악한다면
단순히 시장논리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이 두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리해고가 쉽지 않은
문제가 됩니다.

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이 해당기업에 있느냐 사회 전체에
있느냐 하는 문제도 대두될 수 있는데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큰 책임은
정부와 대기업들의 정책 및 경영실패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결국은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김동원 교수 (고려대 경제학과)=현재 우리 노동자들이 느끼는 심리수준
은 준공황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없이 정리해고 조기실시를 강행한다면 총파업과
같은 대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큽니다.

이는 외국투자자들에게 신뢰위기를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80년대 정리해고를 실시했던 미국의 경우 정리해고를 도입한 후 경영상태가
호전됐다는 기업 이야기는 생각처럼 많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산매각과 같은 기업의 자구노력 없이 정리해고만 시행한 경우에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경영여건이 나빠졌다고 해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오히려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기업의 평판만 해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선진국에선 이미 정리해고가 실시되고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서 해고가
갖는 의미와 외국의 그것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비교적 전직이 자유롭고 사회적 보장제도도 발달된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지금 당장 모든 수입원이 끊어진다는 절박한 일
아닙니까.

정리해고문제는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 사회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정부와 재계는 정리해고가 "IMF의
요구사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그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대안없는 무분별한 조기도입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편을 가른다는 것은 어패가 있을지 모르지만 IMF 새정부 그리고 재계는
같은 입장이고 근로자들이 이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형국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노조측이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있는 IMF측과의 협상테이블
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 김종각 위원 =구체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선 생각을 정리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직접 협상을 하더라도 무분별한 수용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리해고와 관련해 짚고 넘어갈 쟁점이 하나 있습니다.

IMF측의 요구에 의해 정리해고가 우리사회에 큰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IMF가 우리나라에 대해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보낸 의향서에는 정리해고란
말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2월초에 보낸 의향서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 12월말에 보낸
의향서엔 "1월중 노사간 고통분담을 위한 조치시행, 2월중 노동시장 구조
조정"이라고 표시돼 있을 뿐입니다.

어디에도 정리해고란 말은 명문화돼 있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이 정리해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논의를
진행시키면서 은연중에 정리해고문제만 해결되면 마치 모든 경제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분위기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위기상황의 책임을 침소봉대해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 김동원 교수 =현단계에서 정리해고와 관련한 노동계의 전략은 세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장외투쟁등을 통해 정리해고제 도입자체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도입자체는 수용하되 부작용과 폐해를 최소화하는 움직임
입니다.

세번째는 정책결정과정에 참가해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현재의 노.사.정
협의체는 바로 이 세번째안을 암묵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장외투쟁등을 통한 반대는 그다지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게
사실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정책결정과정에 노동계가 참가해 자신들의 이익을 조정
반영해 나가는 쪽으로 나가야 합니다.

또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을 피하기 위해 바터시스템의 도입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노동계는 개별기업의 정리해고제를 수용하는 대신 정부는 노조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노조쪽의 반발도 많이 무마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양병무 부장 =정리해고와 관련해 경영자측에서는 사실 이번 IMF측의
요구가 있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사안임을 알아 두었으면 합니다.

외부의 강제로 갑작스레 추진하다 보니 충격과 파장이 예상보다 크지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정리해고는 외국투자자들에게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논의를
진전시키는 일입니다.

또 정리해고를 실시하면 모두 당장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부분해고를 통해 공멸,즉 동반몰락을 막자는데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경영자측 입장에서는 그만큼 경영환경이 절박하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우리의 외환위기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우리의 대처가 잘못되면 제2,제3의 외환위기가 또다시 닥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용자도 정리해고를 마직막 수단이라는 점을 명심, 정리해고를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접근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청와대를 축소하는등 기구축소 예산감축 등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재계도 김대중 당선자와 결합재무제표작성, 상호지보해소, 구조조정
등에 적극 나서기로 합의한 만큼 노동계도 정리해고에 대해 보다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병남 상무 =사실 그간 우리사회 전체는 잘못된 신화에 사로잡혀
왔습니다.

"우리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차입경영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회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져들어 위기가 코앞에 왔는데도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당위적인 요소입니다.

물론 대기업들의 결합재무제표작성과 상호지급보증해소와 같이 시스템적인
개혁이 같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 김소영 위원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정리해고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정리해고의 요건으로 <>경영상의 긴박성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해고
회피 노력 등이 충족돼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많이 존재합니다.

짧은 기간에 법을 개정하다보니 현실적 제반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법개정은 문구를 고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흘러 해석과 관례가 축적되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 비추어도 촉박하게 정리해고 관련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노.사.정합의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정리해고와 관련한 법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대신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독일도 정리해고와 관련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폭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해고의 절차적 요건은 매우 까다롭게 규정해 형평성을 기하고 있습니다.

<> 사회 =정리해고 논의에 있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아직 진행형상태에 있고 이의 해소를 위해 IMF는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또 노.사.정 합의를 통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 또한 중요한 사실입니다.

지난 70년대 우리처럼 IMF구제금융을 받았던 영국의 경우 대처 총리가
합의정치(consensus politics)의 적폐를 지적하고 신념정치(conviction
politics)를 펼쳐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우리도 새정부의 과감한 리더십에 기대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경우 노조측이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져야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여기는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 김종각 위원 =지금 정리해고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현장
에서 정리해고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동서증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합의사직을 받아들인 사례도 있고요.

다만 정부가 정리해고 방침을 사실상 미리 정해 놓고 우리에게 노.사.정
협의체에 들어와 협의하자고 하니 우리는 반대하는 것입니다.

"정리해고를 포함해 모든 경제현안들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한다"는
방침만 밝힌다면 우리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얼마전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현재의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50% 이상이 정부와 대기업집단의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기업간 상호지급보증해소와 결합재무제표작성 등과
같은 기본적인 개혁조치들에 대한 수용의 뜻은 밝히지 않고 시기를 늦춰
달라고 하면서 노동자들에게만 정리해고를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정부와 재계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정부는 정리해고한 뒤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복직시킬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와 재계가 앞장서야 합니다.

정리해고는 경제주체들이 함께 논의해야할 성질의 것입니다.

노동자들만 양보하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 김동원 교수 =정리해고를 위해선 형식과 내용 양쪽 모두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내용적으론 앞서 얘기한대로 바터시스템처럼 노조의 정치참여 보장,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복수노조 허용 등의 조치가 단행돼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해고를 하더라도 미국의 경우처럼 젊은 사람(주니어)을 먼저
해고하고 나중에 복직시킬땐 나이나 경력이 많은 시니어들을 먼저 부르는
리콜제를 정착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장벽들, 즉 이직자에 대한
여러가지 불이익들을 철폐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봉급이나 승진등의 차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근속자를 우대한다는 것인데 이래가지고는 노동시장의 경직을
피할 수 없습니다.

<> 양병무 부장 =정부나 재계도 이미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조직 축소가 한 예가 될 수 있고 재벌의 경우
결합재무제표작성과 상호지급보증해소 그 자체로 이미 개혁의 본궤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3일 대통령당선자와 재계대표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고 발표까지 했다)

다시말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임금조정이나 삭감, 신규채용인원 축소, 명예퇴직유도 등도 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 눈에는 정리해고만 보일 뿐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정리해고 도입이 곧바로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하진 않을
것입니다.

최대한 노동자측과 협의과정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 이병남 상무 =이제 우리사회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모든 걸 협의하고 공과 과를 서로 분담하는 파트너십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의 성과에 대한 보상을 나누는 것은 물론 위험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리스크 셰어링(risk sharing)을 위해서도 노.사.정 협의회는 가동
시켜야 합니다.

<> 김소영 위원 =정리해고와 관련해서 언급한 김동원 교수의 대안이
전향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보다 강도높은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봅니다.

<> 김종각 위원 =이병남 상무가 제시한 리스크셰어링에 크게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바로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노조의 참여입니다.

이렇게 됐을 경우에만 진정한 의미에서 위험분담도 가능하고 정리해고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오너가 결정하는데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는 함께
책임져야 했습니다.

우리 노총은 노조의 경영참가법 제정을 청원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말로만 실업대책을 논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몸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합니다.

정부는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말하지만 일반회계에서 부담하더라도 실업대책
추진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또 직업소개와 직업훈련을 지금보다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공식 직업소개소를 통해 취업하는 사람은 취업자 가운데 4%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나와 있는 만큼 아직 주먹구구식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직업소개시장을
활기차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처럼 70,80년대와 같은 직업훈련도 지양해야 합니다.

<> 김동원 교수 =정리해고제가 다른 나라에도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기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특성에 맞춰 도입해야 합니다.

<> 사회 =정리해고를 둘러싼 양쪽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중 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고 이런 갈등
구도에서 처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사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정부의 고뇌에 찬 선택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 정리=김재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