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사람들은 요즘 초조하고 답답하다.

지난달 6일 기아그룹의 새사령탑이 된 진념 회장도 요즘 초조한 날을
보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를 통한 정상화계획이 발표된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우선 자금이 지원되지 않고있다.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념불에 그치고있다.

결제되지 않은 수출환어음(D/A)이 2억달러나 밀려있다.

협력업체들은 부도난 어음대신 3천5백억원의 새어음을 받았다.

그러나 이어음은 금융권에서 할인이 안된다.

급기야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협력업체들이 현금결제를
요구하면서 납품을 중단, 정상적인 공장가동이 이뤄지지 않고있다.

진회장은 이번주 계열사를 돌아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채권은행장들에게
자금지원을 호소하고 있으나 은행들도 제고가 석자인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출자전환도 늦어지고있다.

정부가 연내 산업은행대출 3천2백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조기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으로 출자전환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출자준비를 시작하지 않았다.

아시아자동차매각을 통한 몸집줄이기도 어려워졌다.

기아그룹은 대우그룹에 아시아자동차를 팔기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티코 1톤트럭등 주요차종을 모두 내놓으라는 무리한 요구때문에
미적거리는 사이 대우가 쌍용자동차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내수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것도 큰 악재다.

스포츠세단 슈마등 신차종으로 바람을 일으키려 했으나 차갑게 식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제살깎아먹기경쟁이라고 비난해온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의 무이자할부
판매경쟁에도 지난주부터 끼어들었으나 효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성자동차와 함께 거론되는
등 끊임없이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력회복이 어렵다면, 한국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면
기아자동차처리방향을 다시 짜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항간에 흘러다니는 제3자매각도 쉽지않다.

지분구조, 외국협력선인 포드의 이해관계,삼성인수설에 시달려온
직원들의 정서등 여러가지 변수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자발적인 매각은 불가능하다.

기아자동차는 새정부에 기대를 걸고있다.

어느쪽이 정권을 잡더라도 기아처리를 최우선과제의 하나로 꼽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제3자매각을 배제한 국민기업형태의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정권인수팀을 설득할 자료준비로 벌써부터 분주하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