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기업재단의 학술총서 발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우그룹이 민음사와 함께 "대우학술총서", 현대그룹 아산재단이 집문당과
손잡고 "아산재단연구총서"를 펴내는데 이어 동양그룹 서남재단이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동양학술총서"를 출간하고 있다.

쌍용그룹의 성곡학술문화재단에서는 "성곡학술논총"을 묶어내고 있다.

이 가운데 동양학술총서는 아시아지역의 문화와 산업 역사를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서남재단은 총서의 밑그림인 제1권 "동아시아, 문제와 시각"(이성규 외저)
과 2권 "동아시아사의 전통과 변용"(고병익 저), 3권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조동일 저)에 이어 네번째로 "동아시아인의 동양인식:
19~20세기"(최원식.백영서 편)를 내놓았다.

앞으로도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민주화" "동북아시아의 경제개혁"
"동북아시아의 환경문제와 한반도 생태공동체 전략" "미국의 제국주의:
필리핀인들의 시련과 저항" 등 이 지역의 중심과제를 계속 다룰 계획이며
매년 10여권씩 총서를 발간할 방침이다.

이번에 나온 "동아시아인의 "동양"인식:19~20세기"는 세계를 서구의 관점이
아니라 동아시아인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자는 취지 아래 최근 일고 있는
학계의 동아시아학 바람을 집대성한 연구서.

동아시아연구는 현실에 바탕을 둔 지역내 상호의존 관계 분석과 동아시아인
의 정서.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탐구 등 두 갈래로 요약되는데, 이
책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동양"이란 코드를 통해 무엇을 추구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1부 "일본의 근대와 아시아인식"에는 "아시아는 하나"라는 명제로 유명한
오카쿠라 텐신을 비롯해 "동아협동체론"을 주창한 오자키 호츠미 등의 논문
5편이 소개돼 있다.

2부 "중국의 근대와 아시아인식"에는 청일전쟁으로 조공체제가 와해된 뒤
시대적 과제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포착한 량치차오(양계초), 대동적
아시아주의를 주창한 쑨원(손문) 등의 글 5편이 실렸다.

3부 "한국의 근대와 아시아 인식"에는 아시아를 하나의 단위로 파악하는
것을 포기하고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길을 제시했던 신채호, "동양평화론"의
안중근, 동양문화를 신비화시키는 것을 "근대인의 일종의 자포자기" 또는
"근대문화의 말기현상"으로 파악한 김기림, 그리고 90년대 들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동아시아에 접근하는 지식인사회의 논의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전형준의 논문등 7편이 수록됐다.

서남재단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회장의 뜻에 따라 87년 설립돼
장학 학술 보육 미술사업을 펼쳐 왔으며 동아시아에 관한 연구지원 성과를
동양학술총서와 동양학자료총서로 묶어내고 있다.

재단은 학자들의 저술과 박사과정 연구지원등 학술사업에만 매년 2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