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복지부장관은 서명을 마친후 유관단체장과 함께 "경제난국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최장관은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 근검절약을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장관은 "이같은 열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현관과 시민과에 마련된 서명대에는 시청 공무원뿐 아니라
시청을 찾은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아침 9시40분경 강덕기 시장과 김희완 정무부시장 등이 1착으로 서명하자
각 국장을 비롯 직원들들이 서명행렬의 뒤를 이었다.

특히 서명대가 설치됐다는 청내방송이 나오자 출근길에 서명하지 못한
직원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서명대로 향하기도 했다.

시민과에 마련된 서명대에는 민원인 등의 참여열기가 뜨거웠다.

장충동에사는 시민 김충완씨(43)는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이럴때 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중 처음으로 1천만명 서명운동에 참여한 명지대학교는 궂은 날씨와
방학 등으로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1천여명이 서명
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방학특강을 들으러 오거나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
졌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 김철준씨(경영 2)는 "최대의 소비계층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학생들이 경제살리기에 당연히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는 난방비 절약을 위해 교직원 내복입기 등 경제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기발한 아이디어 절약수칙을 만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하철 삼성역 입구에서 열린 가두서명에는 때마침 인근 무역센터에서
개치되고 있는 전시회에 참석했던 회사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포스데이터에 근무하는 정창현(33)씨는 "해외출장안가기 엘리베이터
격층제운영 소모품사용줄이기 등 다양한 운동이 회사내에서 실천되고 있다"
고 소개했다.

무역업을 하는 최광윤씨(65)는 "자금회전이 전혀 안돼 임시로 회사문을
닫았다"며 "IMF시대를 맞아 이 기회에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 17년간 살다가 최근 영구귀국했다는 주부 이주연씨(53)는
"한국에 와보니 애들에게 외국과자를 사먹이는 주부가 많아 놀랐다"며
"국민들의 의식이 10여년만에 많이 바뀐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하철 을지로역 안 만남의 광장에서 실시된 서명운동에는 일반 승객은
물론 역구내를 지키던 의무경찰과 역관리소 직원들이 서명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하철 관리사무소 직원인 천종구씨(61)는 "우리처럼 보리고개를 겪어보고
어려움이 뭔지를 몸으로 알고 있는 세대에 비해 요즘 사람들은 과소비풍조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며 "근검절약을 생활화하기 위해 초등학교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저축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산업대 도예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심진훈씨는 "일부 부유층의
향락적인 소비행태를 보면 허탈해진다"며 "이제는 졸라맬 허리띠도 없는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무조건적인 내핍을 요구하기 보다 위정자들이 솔선
수범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살리기 1천만명 서명운동은 11일 미도파 상계점에서도 계속됐다.

백화점을 찾은 가정주부와 학생들은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씨와 계속
되는 경제위기 때문인지 경쾌하게 흐르는 크리스마스캐롤과는 달리 위축된
모습들.

시민들은 "경제가 어렵다는게 피부로 느껴진다. 올해 연말연시는 정말
우울하게 보낼 것 같다"면서도 "이럴 때 일수록 허리띠를 바짝 조여매는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불안감을 토로.

시장조사차 백화점에 들렀다는 장홍택씨(35.삼성전자 상품기획실)는
"예년보다 매장분위기가 많이 위축됐다"며 "환율이 이처럼 오르다보면
비상계엄이라도 선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혜미양(15.중학생)는 "이제는 외국제 가방이나 학용품을 쓰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며 "우리도 학용품안쓰기 등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백화점의 한 직원은 "값비싼 모피옷은 거의 안팔리고 제고품 등 세일상품만
그나마 나가는 통에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도 평소의 5만~6만원어치에서 2~3만원으로 뚝 떨어져 알뜰소비심리가
커져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단>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