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긴급구제금융 요청이후 해외건설공사
발주기관들이 국내은행의 지급보증을 거부, 국내업체가 입찰에서
탈락하거나 계약이후 뒤늦게 이중보증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해외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또 국내 금융기관및 건설업체들의 신뢰도하락으로 외국금융기관들이
자금지원을 꺼리면서 투자개발형 해외사업이 대거 연기되고 있어 내년부터
해외건설수주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최근 필리핀 민다나오섬 다바우공항
건설공사에 최저가로 응찰했으나 발주기관이 국내은행의 지급보증서를
거부, 입찰에서 탈락했다.

필리핀 발주기관은 한국정부의 지급보증을 명시한 지급보증서를 현지
상업은행을 통해 발급받아 다시 제출하는 경우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경남기업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정부도 최근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국내은행 지급보증공사에 대해 외국은행이 다시 지급보증하는
"복보증서 (Confirmations)"의 제출을 요구했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또 지난달 30일 리비아대수로 3단계 공사 입찰에 참가한 동아건설과
현대건설은 발주기관의 요구에 따라 각각 우바이아랍이탈리안은행과
UAF 등 이탈리아 및 프랑스계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응찰했다.

특히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주택건설업체들은 미국 현지거래은행의
요구에 따라 국내거래은행을 바꿔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동아건설, 성원건설 등은 현지에서 거래하는 미국 은행들로부터
자신들이 새로 지정하는 국내은행과 거래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구조조정으로 기존 거래은행이 통폐합될 경우 지급보증이
백지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 급속하게 늘어나는 해외개발형사업은 해외발주기관의
이중지급보증요구 및 금융기관의 자금지원거부로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수수료가 많이 드는 이중지급보증은 수주경쟁력약화는 물론 해외에서의
여신을 크게 제약하게 되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은 미국에서 4억5천만달러 규모의 올드 크리플 크리크호텔 및
카지노사업에 대해 연내에 계약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이유로 자금지원을 미루고 있어 사업자체를
늦추기로 했다.

대우건설도 6억달러 규모의 상해비즈니스센터 건설공사를 내년 2월중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금융조달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사업투진을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금호건설은 베트남 하노이시에 사무실 백화점 호텔 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1억5천만달러 규모의 복합단지 신축공사 계약을 연내 마칠
예정이었으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사업추진시기를 내년으로 넘기기로
했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