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가 말했다.

"내 수많은 아우들아. 너희들은 편히 쉬고 있어라. 내가 아주 곧고
긴 샷을 날려주마. 단 8번아이언아우는 몸을 풀고 있거라. 다음엔 네 차례
같구나"

그러나 드라이버가 날린 볼은 토핑이 되며 낮게 굴러가고 말았다.

이를 본 4번아이언이 호기있게 나섰다.

"드라이버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커버하겠습니다. 그린에
올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4번아이언은 기막히게 볼을 쳤다.

그러나 기세가 너무 드센 탓일까.

볼은 그린을 넘어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클럽들은 맥이 빠졌다.

요즘 샌드웨지의 컨디션이 극히 안좋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샌드웨지가 친 볼은 홀에서 10m나 짧았다.

이제 클럽들은 막내인 퍼터만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

퍼터가 말했다.

"여러 형님들이시여, 나를 믿으십시오. 막내가 모든걸 해결하겠습니다.

퍼팅이 어렵다한들 하늘아래 홀컵 아닙니까.

내가 제대로 치면 볼은 들어갈수 밖에 없어요"

퍼터의 호언대로 볼은 홀컵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빛나는 파.

백속에 있던 13형제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막내 퍼터의 선전을 축하했다.

이상의 얘기는 골프를 설명한다.

모든 클럽들은 "상호 보완적"이다.

골프자체가 보완적이 아니라면 우드도 한개,아이언도 한개여야 맞다.

드라이버가 실수를 해야 다른 우드형제나 롱아이언이 출전기회를 얻는다.

클럽들끼리 서로 돕고 살게 돼있는데 골퍼가 걱정할게 뭐 있는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