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영웅에게 남은 마지막 게임은 어떻게 하면 영신을 완벽하게
차지하는가 이다.

그녀는 지금 김치수 회장의 호출을 받고 서울로 가고 없다.

오래간만에 포근한 휴식을 맞은 지영웅은 진짜 황제가 된 기분으로 하품을
길게 하고 기지개를 켠후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는 지금 승리에 취해서 깊고 아늑하고 행복에 겨운 잠속으로 천길 만길
가라앉으며 하느님에게 빌고 또 빈다.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영신을 나에게 마누라로 줍시사 하고
끝도 없는 소망을 빌다가 만약 당신이 나에게서 영신을 빼앗아간다면 나는
당신을 목졸라 죽일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스스로가 한 말에 미소를 지으며
포근한 잠속으로 가라앉는다.

그 하느님이 도대체 보이고 잡혀야 혼을 낼 것이 아닌가?

그 어리석음에 조소를 머금은채 수면의 늪으로 빠져든다.

그는 호출기도 전화도, 그에게 방해가 되는 모든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안심하고 잠으로 빠져든다.

그가 그렇게 이틀쯤 깊은 나락에 빠져서 죽은 것 같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그의 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치수 회장은 사향냄새 나는 콜롱을
뿌리고 미스 황이라는 아가씨를 만나러 약속장소로 나간다.

수행비서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된다고 이유로 이미 미스 황의 에이즈검사및
다른 신체검사는 깨끗이 끝마친 후여서 모든게 안심스러운 상태다.

한편 미스 황은 벌벌 떨리는 걸음으로 한식집의 조용한 자리에서 김치수
회장과 첫 대면을 한다.

"황미화라고 합니다"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김치수 회장에게
다소곳이 인사를 올린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오늘은 식사후에 볼링을 치러 가신다니까 같이
동행을 해서 시중을 들어드리면 돼요"

영신은 자기가 하던 역할중의 일부를 미화에게 넘기면서 홀가분해진다.

"저도 볼링을 배우고 싶어요. 아직은 시간과 돈 때문에 못 했지만"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가 너무 수다를 떠는게 아닌가 혀를 낼름 한다.

그녀의 그러한 어리덕거림이 김치수 회장에게는 아주 자극적이다.

그녀는 무심히 혀를 낼름 했지만 김치수에게는 그녀의 핑크빛 혀가 너무나
섹시하게 느껴진다.

내가 돌아버린 것이 아닌가?

김치수는 얼른 이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충동적인 리비도는
이미 스무살 처녀, 건강하고 발랄한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린다.

"나를 수행하면 자연 볼링을 같이 치게 될 것이고 게임값 같은 것은 걱정
안 해도 돼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