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팔자, 외국인은 사자, 기관은 어중간한 중립"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요청이후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움직임은
이렇게 요약된다.

IMF의 금융.재정긴축요구로 금리가 오르고 기업부도가 잇따를 것을
우려한 개인들이 "투매"에 나서고 있다.

반면 외국인들은 IMF구제금융으로 원달러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며
대형우량주를 중심으로 연 3일째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지난 8월부터 11월21일까지 "외국인 팔자, 개인 사자"가 펼쳐지며
종합주가지수가 259포인트 (33.9%)나 끌어내렸으나 이제는 "사자"
"팔자"가 완전히 뒤바뀐 양상이다.

<>개인투자자 왜 투매에 나서나 = 개인들은 IMF구제금융 요청이후 지난
22,24일 이틀동안 1천24억원어치나 내다팔았다.

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심리"와 신용계좌의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가 겹쳐진데 따른 것이다.

IMF구제금융요청이후 회사채유통수익률이 17.6%까지 치솟고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부도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무조건
팔고보자는 투매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 8월11일부터 11월21일까지 2조1천1백94억원어치나 매수했던 개인중
일부 "큰손"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을 받지 않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은 사자 = 외국인들은 IMF구제금융요청이후 24일까지
7백2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요 매수종목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삼성전관 LG전자 포항제철 삼성화재
LG정보통신 등 대형우량주 (블루칩)였다.

"한국은 세계 11대경제대국인만큼 어려움에 빠질 경우 세계적인 파장이
커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다른 여러나라들도 한국이 금융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머지않아 주가도 상승할 것" (모비우스
템플턴이머징마켓펀드사장)이라는 전망에서다.

송동근 HG아시아증권 이사는 "원달러환율이 안정됨에 따라 외국인
매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미국의 추수감사절 (27일) 휴가가
끝나면 매수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은 불안한 매수우위 = 이기간중 기관은 1백68억원어치를 순매수
했으나 지속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연기금이 아직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가장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투신은 오히려 2백96억원이나 내다팔았다.

앞으로 은행은 BIS (국제결제은행)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보유주식을 내다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증권사도 엄청난 평가손으로 손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투매, 신중해야 = IMF의 "이행프로그램"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집어먹을 것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8월부터는 무역수지도 흑자를 나타내고 물가도 4%대에서 안정돼
있다.

금융, 재정긴축의 정도가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시장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고통이 따를 것이나 장기적으로 경제의
건강성이 회복될 것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