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액면은 통상 한 나라에서 발행되고 있는 지폐와 동전 중에서 가장 큰
단위의 화폐를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동전은 주로 소액거래나 거스름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최고
액면 화폐는 통상 지폐를 지칭한다.

화폐의 액면체계에 관한 이론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 나라의 적정한 최고
액면 수준을 결정하는데는 일정한 산출식이나 일치된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며 대체로 그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P)과 물가수준, 국민들의 현금에
대한 선호도 등 현금 사용습관을 감안해 결정된다고 볼수 있다.

우선 최고액면 화폐의 액면가치는 대부분 그 나라의 국민소득 수준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세계 1백20개국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최고액 지폐를 조사한
결과 소득수준이 낮은 아프리카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최고액면 지폐는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을 밑도는데 반해 미국 영국 일본 등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최소 8만원에서 최고 60만원까지의 최고액면을 발행하고 있다.

이는 한 나라의 경우를 볼때도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최고액면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물가수준도 최고액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다.

장기간에 걸친 인플레이션의 누적으로 기존 최고액면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동일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데 소요되는 돈의 양이 많아질 경우
거래및 보관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새로운 최고액면을 발행할 필요가
생긴다.

이와같이 인플레이션의 진전에 따라 수차례나 최고액면 화폐를 발행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70~80년대 연간 1천%이상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었던
중남미 국가들에서 찾아볼수 있다.

특히 볼리비아는 최고액면 단위가 수천만에 달해 더이상 새로운 최고액면을
만들수 없게 되자 1987년 1백만분의 1로 화폐가치 절하(디노미네이션)를
실시했다.

최고액면은 너무 낮거나 높을 경우 여러가지 문제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최고액면 화폐의 가치가 너무 낮을 때는 중남미 국가들처럼 많은 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다.

발권당국의 입장에서도 많은 양의 화폐를 만들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화폐의 제조와 유통 관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증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액면이 너무 높은 고액권의 경우에는 음성적 거래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가치저장 또는 자금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돼 아예 실제 거래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거 미국에서 5백 1천 5천 1만달러 등 고액권 지폐를 발행한 적이 있으나
이들 지폐가 실거래에서 사용되지 않고 퇴장함에 따라 1969년부터는 발행을
중단하고 있다.

한편 최고액면 지폐의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최저액면에 대한 최고액면의
비율도 이용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최저액면과 최고액면간의 평균비율이 약 90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저액면이 1일때 최고액면은 90정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달러, 이탈리아 리라, 네덜란드 길더, 벨기에 프랑, 스위스 프랑 등
5개국의 비율은 1백으로 평균 수준에 가깝다.

반면 일본 엔과 프랑스 프랑은 10으로 매우 낮은 편이며 독일의 마르크와
캐나다의 달러는 2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여운선 < 한국은행 발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