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시아통화위기수습에 발벗고 나섰다.

대장성과 일본은행은 3일 외환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매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엔화채권담보로 각국에 엔화를 대출하는 협정체결도 타진중이다.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조기설립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이달초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과는 별도로 인도네시아에
사상최대규모인 50억달러를 긴급 지원키로 했다.

역내 협력체제구축, 외환시장개입, 긴급자금지원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
아시아통화위기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의 주가폭락이 몰고온 일본주가의 동반폭락과 같은 금융위기를 더이상
반복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은 IMF가 "아시아통화기금구상"을 조건부로 지지한 것을 계기로 AMF의
조기설립에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통화기금구상과 역내통화위기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8~19일 이틀동안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관련국 재무차관 중앙은행부총재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일본측은 아시아통화기금을 1천억달러규모로 만들겠다는 종전의 구상을
다시한번 이번 회의에 내놓을 예정이다.

중앙은행의 채권매매를 통해 일본이 지원할 수 있는 달러와 엔화의 규모는
고작 10억달러선.

따라서 외환시장 개입의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이 미국측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통화기금의 조기창설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화위기를 일으킨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거액의 자금공급
루트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IMF의 지원을 둘러싼 일본측의 불만도 AMF설립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은 동남아통화위기의 해법을 놓고 IMF측에 불만을 터뜨려왔다.

바트위기가 터지자 IMF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아시아지원은 곤란하다"
며 아시아에 거액의 자산을 갖고 있는 일본에 압박을 가했다.

이에대해 일본측은 "지난해말의 IMF자금지원잔고 6백억달러 가운데 동남아
태평양지역에 나간 것은 13억달러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일본정부는 또 인도네시아 자금지원에 처음으로 외환준비금을 사용했다.

외환준비금은 미국채등 언제라도 환금이 가능한 유동성과 신용도가 뛰어난
상품에 운용하는 것이 기본.

불안한 아시아통화발행 자산을 보유하는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자금
지원에 나섰던 것이다.

일본은행도 엔자금융통협정체결을 추진하고 나섰다.

일은은 18일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중앙은행임원회의(BMBAP)에
엔자금융통협정체결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엔자금융통협정을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은은 이번 협정체결이 성사될 경우 문제가 발생한 나라의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외환결재에 필요한 엔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엔자금조달방식으로는 아시아중앙은행이나 통화당국이 보유중인 엔화발행
채권(일본국채)을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일은에 매각하고 이를 담보로
일은으로부터 엔화를 빌리는 방식을 택할 계획이다.

일본측은 아시아 통화당국들이 외환준비 운용을 위해 보유중인 일본국채를
매개로 긴급자금지원및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