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의 명가 지포가 화려하게 재기하고 있다.

미국 지포의 올 예상매출액은 1억5천만달러.

사상최고수준이다.

일일 생산량도 역대 최고수준인 8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공장도 풀가동중이다.

내수시장이 정체된데다 담배생산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면서 붕괴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10년 전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65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회사의 재생비결은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해 라이터 수집광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을 편 것이다.

이를 위해 대량생산체제를 주문생산체제로 전환,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했다.

그 결과 해마다 1만7천여개의 다양한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제품마다 고유부호를 붙이는 창사이래의 전통을 고집해 수집가치
를 높였다.

미카엘 슐러회장은 "시장은 성숙단계를 지나면 수집단계로 접어들게 된다는
점에 착안, 희귀품 고급품이라는 이미지를 잘 살려낸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지포산 라이터를 구입하려는 수집광들의 열기는 지난 6월 브래드퍼드에서
열린 제3회 지포산 중고라이터 교환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시장에 무려 55개국에서 7천명의 수집광들이 몰려들었다.

해외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지포산 라이터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미지가 생각 이상으로 좋다는 점을 잘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매출액에서 해외시장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서고 있다.

요즘 지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의 흡연인구는 줄잡아 3억명정도.

미국 인구를 넘어서고 있다.

제임스 볼도 부회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개최된 라이터 박람회에 10만명
이상의 라이터 수집광들이 모여 들었다"며 "앞으로 중국에서만 올 매출규모
를 능가하는 라이터가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포의 라이터 수집광을 겨냥한 구애작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된다.

광고를 통해 라이터는 단순히 흡연자들만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볼도 부회장은 "애연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집에 성냥을 가지고 있다.
라이터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강조한다.

< 조성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