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처에 불의 기원에 관한 갖가지 신화나 전설이 전해진다.

그것들을 크게 분류해 보면 신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불을 훔쳐내
인간에게 주었다는 것과 신 또는 시조로부터 인간이 불을 얻어냈다거나
발화법을 배웠다는 것의 두가지다.

그리스 신화에는 하늘의 신인 제우스가 빼앗아간 불을 영웅신인
프로메테우스가 천상으로부터 훔쳐내 인간에게 되돌려주었다고 되어 있다.

아프리카 도곤족의 전설에도 어느 대장쟁이가 태양의 한 조각인 불을
천신으로부터 훔쳐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이나 폴리네시안,호주 원주민등의 설화에도 그와
비슷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한국의 신화에는 단군의 셋째 아들인 부소가 불을 발명하여 전파시켰다는
이야기가 남겨져 있다.

세상에 맹수와 독충이 생기고 돌림병이 퍼져서 많은 사람이 죽자 부소가
부싯돌을 만들어 불을 일으키고 이 불로 숲을 태워 해로운 것을 없애는
한편 돌림병도 물리쳤다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전설은 중국 스리랑카 에스키모 아프리카 등에도 있다.

이러한 신화나 전설이 전해지고 있지만 인류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불을 얻어내 이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인간이 불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법을 알기 이전까지는 그것을 두려운
존재로 생각했을 것이라는 유추를 쉽게 할수 있다.

당시 자연발생적인 화산불이나 번갯불 산불 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러 종족이나 종교가 불이나 불의 신을 경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도 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수 있다.

요즘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의 산불이 일어나 그 연기피해가 동남아로
확산되면서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심각해져가는 삼림피해도 큰 문제이지만 그보다도 그 연기에 함유된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오존 납등 오염물질로 인해 산성비가 내리고
호흡기 질환자 어린이 노인 임산부 등에게 심장병 폐질환 호흡기질환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게 된다 해서 인도네시아는 국가재난사태까지
선포했다.

색다른 이번 자연재해에서 선인들이 불을 외경했던 마음을 또다시 읽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