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3차 미.북 미사일회담
에서 철수한데 이어 미국이 하루만에 장승길대사 일행의 미국망명 허용
사실을 번복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장대사 일행의 향후 처리와 내달로
예정된 4자회담 예비회담에 어떤 형태로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향후
양국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회담 불참은 장대사의 망명과 관련, 미국측에 대한 압력
행사용일 것으로 일단 보여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장대사 일행의 망명을 발표한 직후 북한이 장대사 등을
범죄자로 규정, 이들의 송환을 요구했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정부도 북한이 미사일 회담에서 철수한데 대해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일 이라는 반응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 중단하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북한문제 전문가들도 장대사가 북한의 대중동 미사일 수출 및 미사일기술
개발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 북한이 협상전술수정을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대미강경정책이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4자회담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자회담에 썩 내키지 않는 북한으로서는 "울고 싶은 터에 뺨때려준 격"
으로 장대사 송환을 당분간 4자회담 연기의 구실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협상 사안별로 미국에 대해 강온
정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장대사 송환을 미북간 새로운 협상
거리로 만들어 미국과의 새로운 접촉을 마련하고자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무부가 장대사 일행 망명허용 발표를 뒤늦게 정정한 것의 진의가
무엇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용어 선택의 기술적인
실수를 범했다"며 "망명이 아닌 일시적 보호 또는 임시입국허가의 지위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정부의 해명에도 불구,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가 곤란한게
사실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상황을 의도적으로 냉각시켰다는 것이다.

북한이 망명사실 발표후 예정된 미사일회담을 취소하는 등 강공으로
나오자 파장이 내달 중순 4자회담 예비회담에 미치지않도록 미리 손을
썼다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과 북한의 이같은 입장변화로 장대사 일행의 망명절차와 시기
등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게됐다.

또 북한이 이들의 처리문제를 4자회담 예비회담과 연계하려 할 경우 4자
회담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