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을 바꾸면서 큰 트럭속으로 밀고 들어가면 그녀는 크게 다칠 거다.

죽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는 떨어질 것이다.

죽는다 해도 그에게는 별로 크게 손해가 없다.

오히려 그녀의 존재는 지금에 와서는 그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시집 못 간 노처녀들도 많고 아름다운 20대 아가씨들도 그의 외모와 돈과
학벌로 얻을 수 있다.

그는 이제 돈있는 싱글남이 되는 것이다.

그는 악마같이 웃으면서 다가오는 큰 트럭을 겨냥한다.

2차선으로 오고 있다.

큰 트럭을 향해 그는 사력을 다해 질주한다.

무시무시한 순간이다.

옆에 오던 큰 차는 자기 속력에 밀려 서지 못 하고 그의 차를 친다.

"제발 좀, 사장님 무서워요"

그녀가 외친 소리는 그것 한마디다.

그리고는 그도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병원이었고 그는 목에 기브스를 하고 있다.

큰 트럭과 슬쩍 부딪치면서 그녀는 거의 반은 부스러졌다.

그러나 재규어의 안전성 덕으로 그는 살아났고 그가 원하던대로 된
것이다.

"이것 보십시오, 간호사 아가씨. 동행했던 미스 리는 어떻게 되었어요?"

"죄송합니다. 죽었습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울음을 터뜨린다.

"죽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요?"

그의 연기는 완벽하다.

그러나 그 자신도 어깨에 심한 통증이 와서 신음소리를 낸다.

"사장님, 그 아가씨는 임신 3개월이었고 그 가족들이 와 있어요.

영안실에는 김치수 회장님도 오셨었습니다.

그 유명한 재벌 회장님은 정말 멋쟁이셨어요.

치료비도 그 분이 부담하신대요.

어떻게 나이가 70이라는데 그렇게 젊고 멋있으실까?"

"그러니까 사고가 난 후로부터 얼마나 됐지요?"

"만 하룻만에 깨어나셨습니다. 부인께서는 병원에 입원중이라면서
김회장님께서 저희들에게 특별한 선물까지 주고 가셨어요.

윤사장님을 잘 돌봐드리라고요.

거절했는 데도 의사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하고 가셨어요"

절망적이 된 윤효상은 일부러 장인이 병원에 다녀갔을 것이고 미스 리가
임신을 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혼소송을 포기하는 것이 훨씬 잘 하는 짓이라고 결정한다.

그러나 변호사와 상의하자.

"아가씨, 저기 변호사 사무실의 명함이 있어요.

저기 걸린 옷의 상의에요.

전화를 좀 걸어주시겠어요?"

그는 겸손하게 말했다.

잠시 후에 홍변호사의 또랑또랑한 음성이 들린다.

"홍변호삽니다"

"나 지금 병원에 있어요. 윤효상 입니다"

"사고가 났다면서요? TV뉴스로 알았어요"

그도 무척 맥빠진 대답을 한다.

"가 뵈어야 할텐데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