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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블록화시대의 한국경제 .. 손병해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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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접어들면서 국제간의 협력구조는 이념적 결속구조에서 지역적
    걸속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정치, 군사적 대립관계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의 EU 틀속으로
    다시 모여 드는가 하면,미국이 주도하는 APEC협의장에 중국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차이나의 공산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결정된 ASEAN에 공산화의
    주역이었던 베트남이 가입하였고 미얀마와 라오스의 가입이 결정되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념적 대립이 끝나고 냉전이 종식된 세계체제 내에서 이러한 지역
    중심의 결속체제는 당연한 역사적 귀결인지 모른다.

    작년까지 WTO에 신고된 지역별 경제협력체 가운데 실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만도 100여개에 이른다.

    극동의 몇나라만 제외하고 세계의 거의 모든나라가 각기 지역중심의 국제
    협력체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약 70개 정도가 90년대 들어와서 보고된 지역별 무역협정이라
    하니 냉전이후의 국제관계가 철저히 지역중심체제로 재편성되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적 결속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극동제국 가운데 일본은 그 자체
    만으로도 거대한 경제불럭의 역학을 하고 있으며 대만은 중화경제권의
    실질적인 주제임을 고려할때, 한국만이 냉전의 잠재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지역협력의 조류에서 밀려나 있는 느낌이 든다.

    우리도 이제는 WTO의 이상적 세계주의만 믿고 따를 것이 아니라 현실적
    지역주위에 대한 대책과 접근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미국, 유럽 등의 주요선진국에 의한 지역주의 채택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국제질서의 창출을 의미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러한 질서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상응하는 대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한국의 입장이다.

    무역정책적 측면에서도 지역주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역주위가 크던 작던 하나의 무역블럭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계속 흑자를 누려왔던 대미무역의 NAFTA결정 이후부터 적자로 전환된 것은
    미국의 보호주의나 한국의 경쟁력악화 탓만은 아니다.

    NAFTA내의 멕시코가 우리의 대미 수출을 대신하고 있으며, 특미시장에
    대한 경쟁국의 현지투자가 우리의 수출을 잠식하고 있는 것에도 그 원인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92년 EU역내 시장통합을 전후한 유럽시장의
    사정도 미국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위 경제통합의 무역전환효과가 우리의 대미, 대유럽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로 유립될 수 있었던 투자자금이 북미, 유렵 혹은 ASEAN
    등 통합지역으로 돌려지고 있는 것도 무역블럭의 결성으로 우리의 불이익
    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행히 동남아 성장시장이 아직은 우리에게 무차별적으로 열려 있는 관계로
    적잖은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상황도 오래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ASEAN이 2003년까지 자유무역지대(AFTA)를 완성할 계획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실현되고 미얀마, 라오스의 가입에 이어 캄보디아까지 가입하게
    되면 인구 5억의 동남아시장이 새로운 무역블럭으로 작용하게 된다.

    중화경제권이 부상하고 있는 터이라 중국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정치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복건성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홍콩의 대륙편입에 더하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회교자본이 대륙자본과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와 화교자본이 하나의 중화 경제권으로 결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연 혈연 업연에 기초를 둔 중화경제권은 이러한 연고가 없는 한국기업
    에게 제도적 통합 못지 않은 영업상의 진입장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한국기업이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축적된 경험에도 불구하고 상해-포동지역의
    개발시장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중국식 연고성을
    가지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미국, 유럽과 같은 전통적 수출시장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새로운
    성장지역도 제도적이든 자생적이든 우리에게는 모두가 진입장벽이 작용하는
    경제블럭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시장의 불럭화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질때가 되었다.

    APEC에만 의존하여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지키게에는 그 결속력이 너무
    느슨하고 포괄적이다.

    일면 WYO를 통한 세계주의를 표방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지역차원의 협력고리가 필요할 것 같다.

    60년대 고도성장기의 세계시장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와 세계주의
    가 양립하는 21세기를 예상하여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재검토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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