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은행의 상반기결산 결과는 기업부실이 은행부실로 직결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보철강 삼미그룹 한신공영에 거액의 부실을 물린 제일 서울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제일은행의 경우 적자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3백46억원에서 올해
3천5백65억원으로 10배가량 확대됐다.

이는 작년말현재 자기자본 1조8천5백31억원의 19.2%헤 해당하는 수준이다.

서울은행 또한 6백94억원에서 1천3백9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이 급증했다.

두 은행 모두 부실증가로 대출금이자 수익이 감소한데다 은행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되지 않아 영업에 지장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는 이들 은행들이 상반기중
순전히 은행영업를 통해 벌인 돈(경상업무이익)을 까먹고도 모자라는 지경
이었다.

이는 비단 이들 은행만의 고충에 그치지 않았다.

상반기중 25개 일반은행의 대손충당금 추가적립규모는 1조5천3백7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추가적립액 6천73억원에 비해 1백53.2%나 증가했다.

비록 유가증권 평가충당금 추가적립이 71.8% 감소한 6천9백78억원에 그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은행들이 대형부실을 메우는데 상반기를 다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은행본연의 업무인 예금장사가 제대로 됐던 것도 아니다.

경상업무이익은 불과 3.1% 늘어났을 뿐이다.

지난해보다 조금도 나아진게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한 하나 보람 평화등 일부은행들이 주식시장회복에도 불구,
보유주식을 과감하게 처분한 점은 향후 은행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손절매로 인해 25개은행의 주식매매손이 1백85억원을 기록,
1천2백82억원의 흑자를 보였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주식장사가 형편
없었지만 자산건전성과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은행들의 새로운 영업패턴은
읽을 수 있다.

아무튼 상반기결산에서 대규모적자사태를 맞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한은특융 등 금융당국의 배려가 없는 한 당분간 적자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부실화가 심화될수록 거래기업의 자금난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부실-은행부실-기업부실의 악순환을 끊는 조치가 필요
하다고 할 수 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