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5년만에 아시아 품으로 돌아온 동양의 진주.

지난 1일 0시를 기해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돼 홍콩
차이나로 새롭게 태어난 것을 지칭한 말이다.

홍콩의 귀향이 갖는 의미는 과거 역사의 흐름에서 보나, 앞으로의 세계
경제판도에 미칠 영향으로 보나 무척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시간의 위대함도 느끼게 된다.

1백55년이란 세월뒤에 원상복귀되는 현상은 결코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반환을 바라보는 외신들은 "만만디"가 때론 "지헤"와 상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결국은 돌아올 우리 땅 아닌가, 발전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돌려
받는 것도 괜찮다"는 중국식 느긋함이 오늘의 "진주"를 되돌려 받은게
아닌가 싶다.

과연 우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비록 우문이기는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같다.

조급하기로 이름난 민족이라는 자가진단 때문일 수도 있겠다.

요즈음 우리의 경제정책을 보면 무척 성급하다 싶을 정도로 획기적인
대안들이 많이 제시된다.

정확히 말하면 강경식 부총리 취임이후 무척 활발해 졌다고 해야할 것같다.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는 강부총리의 취임일성은 무척 인상깊게 느껴졌고
지금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때문에 강부총리의 활발한 정책제시와 개혁적 조치들은 일면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어느정도 실행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현실성이 없거나 효율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아이디어일뿐 정책으로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즈음의 정부정책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효율보다는 국민정서를 생각해서 내놓은 인기정책이 있는가 하면 현실을
무시한 것이나 상충되는 정책들도 많다.

복고적인 것들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는 금융개혁, 그중에서도 중앙은행독립성과 관련된
정부개혁안은 큰 흐름에선 옳기는 하지만 너무 재경원의 일방적 입장이
강조됐다.

평가하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꼭 옳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안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발족시킨 금융개혁위원회가 마련한
개편안과 너무 동떨어지게 만들어진 것은 금개위를 허깨비로 만든 결과만
가져왔다.

빚많은 기업에 대해 일정규모 이상은 차입금이자를 손비로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등의 기업재무구조개선 방안도 문제가 많다.

빚많은 기업에 세금불이익을 주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무척 오래된
일이다.

그럼에도 시책으로 구체화되지 못한 것은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논리적
모순과 비현실성 때문이었다.

기업재무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는 세제동원보다 금융기관들의 엄격한
대출조건을 따지는 등 빚많은 기업이 은행돈을 너무 많이 빌려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입이자를 손비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자로 지출된 비용도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메기겠다는 것이다.

발생하지도 않은 가공소득에 세금을 메기는 모순도 발생한다.

기업의 회장실과 기조실을 없애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선단식 기업경영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고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뤄가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재벌의 경제력집중 심화, 그룹차원의 선단식 경영, 내부거래 등
대기업그룹과 관련한 개혁과제들은 너무 많고 시급을 다투는 사안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적이 옳다고 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기업의 경영조직은 기업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

이 문제는 이미 현정부 출범당시 제기됐던 소위 신산업정책의 재생에
다름아니다.

물론 경제정책은 환경변화에 따라 한번 시도했던 것이라도 다시 나올수는
있지만 그것은 충분한 여건조성이 이뤄졌을 때만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다.

한보사태와 대선주자들의 난맥상이 국민들로 하여금 심리적 공황사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냉소주의가 아직도 팽배한 현실에서 구호성 짙은 정책과제보다
국민과 기업의 애로를 덜어주는데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

중앙은행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의 힘겨루기가 정부 의도대로
잘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기까지는 과거에도 이미 여러차례 있었던 터여서
이번에도 그렇게 끝나는게 아니냐는 추측들이다.

국회일정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이렇게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낭비 예산낭비 감정낭비만이 남는다.

이같은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쟁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업의
생존투쟁을 돕는 일이다.

흔한 말로 임기말이기 때문에 거창한 일을 벌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일관성, 나아가서는 정부의 일관성유지를 위해서도 경제문제는
임기와 상관없이 꾸준한 개선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다만 실효성없는 과시에 그치거나 유야무야로 끝나는 낭비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지금의 경제팀에 한가지 더 의심스러운 것은 정부만능의 밀어붙이기식
사고가 되살아나지 않느냐는 점이다.

정책의 이상과 현실에는 큰 괴리가 있음도 당연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