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치 아래서 홍콩은 그동안 북한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영국
정부의 기본정책에 따라 북한과 정치.경제적으로 별다른 공식 관계를
맺지 않아왔다.

그러나 중국의 영토가 되는7월1일 이후에는 홍콩과 북한의 관계는
과거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홍콩 인근 포르투갈령 마카오에는 조광상사를 비롯, 7 8개의
상사를 진 출시켜 공작거점으로 활용해왔는데 대략 50여명 가량의
직원이 상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9월부터는 마카오 평양간에 주1회 직항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북한은 홍콩이 아태지역의 무역.교통 중심지이자 세계 3대 금융센터라는
경제적요소 외에 동남아 진출을 위한 관문이란 지리적 중요성에 따라
대홍콩 접근을 위한 움직임을 계속해왔다.

김정우 북한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 겸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이
지난해 7월 홍콩을 방문, 무역사무소 설치를 강력하게 희망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해 초에는 홍콩의 금려여행사를 관광객 모집회사로 지정해
관광객 유치에나서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러한 경제적 동기외에 마약과 무기밀매 및 대남우회침투를
위한 공작거점으로 활용가치가 높다고 보고 홍콩에 상당한 눈독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무역업계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1백여개에 달하는 관영
무역회사를 활용해 영국제 담배 555를 홍콩 등지에서 대량 구입,
국경을 통해 중국에 밀수출하며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담배 555가 중국에서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높은 데도
수입쿼터 때문에 공급량이 달린다는 사정에 착안, 소량씩 구입해
한달에 평균 3백만달러 어치를 국경을 통해 중국에 밀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지난해 8월 인민무력부 산하의 용악산총회사를 통해
대구경 대포 10문, 자주포 등 총 6백여t의 무기류를 컨테이너 18대에
나눠 싣고 시리아로 불법수 출하려다 홍콩세관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중국 본토에는 심양에 총영사관을 설치했고 홍콩과
비교적 가까운 광주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의 주권반환을 계기로 북한은 중국에 총영사관이나
무역대표부설치를 최종 목표로 단기적으로는 무역회사 사무실 개설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홍콩이 탈북자들의 주요 망명루트로 활용되온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서라도 적극적인 외교공세로 나올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이 49년부터 총영사관을 개설, 외교관을 상주시키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측에 이에 상응하는 요구를 할 경우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홍콩정청이나 중국 고위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한적은 없다.

다만 홍콩 당국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전통적인 우호관계 차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란 잣대를 통해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을 기할 것이란 분석도 있어 다행으로 여겨진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중국과 비록 정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국은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홍콩에서 남북한간 대립으로 홍콩의 안정이 크게 손상받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 견해를 표시했다.

즉 <>북한이 홍콩을 밀수중개지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고 <>홍콩에서
돈세탁을하거나 위조달러를 유통시킬 경우 국제적 금융센터인 홍콩의
위상에 먹칠을 하게되며 <>마약밀매와 테러자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북한공관 설치에 신중 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박양천 주홍콩총영사는 "국제적인 금융도시이자 다국적 도시인
홍콩에서 북한이과거와 같은 구태의연한 행태를 계속할 경우 발을
붙이기 힘들 것"이라면서 "정부는향 후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한편 대홍콩외교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콩=특별취재반>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