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지대학 총장으로 선임된 송자 전 연세대총장은 ''선생티''가 몸에
밴 사람이다.

일단 말문이 트이면 가벼운 손동작을 섞어가며 흐르는 물처럼 자신의
견해를 조목조목 말하는 폼이 영락없이 인자한 ''훈장''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송총장의 이미지는 ''선생''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회계학교수 출신답게 대학교육에서도 ''경영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대학총장도 철저한 경영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쟁시대에 경영을 잘 못하는 대학은 도태될수 밖에 없고 이것이
시장경제논리에 맞는다고 송총장은 말한다.

''경영자총장''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송총장을 을지로
쁘렝땅백화점빌딩에 있는 개인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송총장은 오는 30일 명지대총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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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손상우 정치부 기자 ]

-연이어 2개 대학의 총장을 맡게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대학의 총장에 취임하면서 소감이나 비전도 남다르실텐데.

<> 송총장 =명지대도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기독교 대학이어서 내 컬러에
맞아요.

그래서 마음이 아주 가볍습니다.

캠퍼스가 다르면 경영도 달라야 한다(different campus different
managament)는 말이 있지요.

명지대는 캠퍼스가 두개이기 때문에 각 캠퍼스의 성격에 맞춰 적절한
발전전략을 구사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직 동문회 회원수라든가 학교의 역사나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나 경영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예요.

기본방향은 다른 대학과 철저히 차별화돼야 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차별화할 건지요.

<> 송총장 =취임후 검토해봐야 알겠지만 가장 훌륭한 대학은 가장 특화된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모든 것을 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국의 에머스트칼리지나 윌리엄스대학 등은 규모는 작지만 우수한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거기를 나온 학생들은 대부분 하버드 등 일류대학원에 진학해 훌륭한
학자가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하버드나 스탠퍼드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뭐든지 천편일률적으로 생각하는게 문제지요.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송총장 =과거와는 달리 대학인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과 분위기가
충만해 있습니다.

대학을 발전시켜야 겠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고.

이런 변화의 바람이 더욱 빨라졌으면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투자재원확보라
할수 있죠.

-연세대 총장시절 2천억원이 넘는 교육재정을 마련하신 걸로 유명한데
명지대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송총장 =동문회의 크기나 역사 전통 등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소 어려움이 따르리라 예상합니다.

대학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내실을
기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우수학생 유치가 문제인데 대학의 성격이 바뀌어야 합니다.

2000년대에는 학생공급이 대학의 수요보다 줄어든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우선 대학교육을 초등학교부터 이어지는 수직적인 교육과정의 일부로
생각하는 방식부터 고쳐야 합니다.

-우수학생유치를 위해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있다면.

<> 송총장 =우선 학생선발방법이 다양해야 합니다.

대학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 더불어 사는 곳입니다.

이 가운데 사회의 지도자가 될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지요.

따라서 단순히 수능시험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점수 한두점차이로 평가하기 보다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이제는 학생을 뽑는 (selection)차원이 아니라 우수 인재를 찾기
(recruting)위해 대학이 발벗고 나설 때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중.고등학교 교사나 학부모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겠지요.

-평소 대학교육에서 창의력향상을 강조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송총장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수 있도록
토론중심의 강의가 이뤄져야 겠지요.

급격한 정보화시대에서 지식전달은 컴퓨터가 더 빠르고 정확할 것입니다.

지식은 찾을줄 알면 됐지 암기할 필요는 없는 거죠.

백묵으로 요령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다는 생각입니다.

대학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일류대학이라 할수 있습니다.

새것없는 대학은 생명이 없습니다.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학문은 새로워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새것을 창조해낼 줄 모르는게 문제예요.

-대학 정보화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 송총장 =이제 손으로 일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2020년대에는 손으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5%도 안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보화의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컴퓨터라는 인공노예를 마음대로 쓸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서 정보를 흡수하고 확산할수 있는 능력이 달라집니다.

만인이 지식을 공유하는 정보지식사회에서는 빌 게이츠의 예를 빌리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정보를 빨리 분류해 창조적인 지식으로 만들수 있는
사람이 경쟁력이 높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21세기 경쟁사회에는 대학과 기업체간 협조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 송총장 =대학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양자의 발전에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해요.

특히 대학에서는 엉뚱하다고 할수 있는 실험도 해야합니다.

현재 엉뚱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미래에는 엉뚱한게 아닐수 있거든요.

따라서 대학교육은 장단기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특히 앞으로 지식사회에서는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훌륭한 기술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산학협동은 일류대학과 일류기업일수록 잘 합니다.

대학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비용이 적게 들고 기업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기술을 개발해내려 하기 때문에 양자를 잘 연계시키면 최소비용으로
삶의 질을 높일수 있는 기술개발이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