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로 치닫던 수출경기가 지난 4월을 고비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조심스런 회복세를 타고 있다.

때마침 지난2년간 약세를 지속해온 엔화도 최근 강세로 돌아서 수출전선
기상도에 모처럼 햇살이 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한국경제신문사는 우리 수출전선 최일선을 지휘하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지역본부장들을 초청, 현지에서 체감
하고 있는 해외시장 기류를 긴급 점검하는 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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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허상진 < 구아중동지역 본부장 >
정귀래 < 북미지역 본부장 >
김두환 < 아주지역 본부장 >
김만율 < 동구지역 본부장 >
서정락 < 중국지역 본부장 >
백창곤 < 중남미지역 본부장 >

사회 : 임혁 < 산업1부 기자 > ]

<> 사회 =지난 4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이것이 수출의
본격적인 회복신호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현지시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정귀래 본부장 =대미수출은 올 1~4월중에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3%가 감소한 63억3천만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미수출이 부진한 요인은 우선 반도체등 수출주력품목의 단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16메가 D램의 경우 미국시장 가격이 지난 95년7월에는 개당 52달러였는데
올 2월에는 7달러선까지 폭락했지요.

하지만 다행히 최근에는 메이커들이 생산량 조절 등에 힘입어 이 가격이
9~10달러선으로 소폭 회복되고 있습니다.

<> 허상진 본부장 =EU(유럽연합)지역은 반도체 경기회복과 산업용 전자,
정보가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지난해 6% 감소세를 기록했던 대EU 수출이 올해는 6.8%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 서정락 본부장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경제권에 대한 수출은 올들어
12%선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1~4월중 무역흑자규모가 49억4천만달러에 달해 중화권시장이 우리의
최대 흑자시장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수출호조응 대중국 투자확대에 따라 설비나 원부자재의 공급이
늘고 있는 데다 중국시장 자체가 관세인하 구매력향상 등으로 소비재
수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김만율 본부장 =올 4월까지 러시아 및 동구지역에 대한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8% 증가한 15억6천만달러로 작년의 55% 증가에 비해 신장세가
크게 둔화되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 상품의 가격인상이나 이미지약화보다는 시장여건 자체가 우리에
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가령 러시아의 경우 현지정부가 재정적자 해고를 위해 수입통관을 강화
하고 수입업체에 대한 세무사찰을 간화하는 바람에 우리의 주종 수출품인
가전제품과 비디오테이프등의 수출이 급감했습니다.

<> 김두환 본부장 =1~4월중 아주지역 수출은 1백31억달러로 작년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권역별로 보면 아세안은 6.1% 증가하고 대양주는 18.3% 증가하는 호조를
보인 반면 일본은 9.9% 서남아는 10.5%씩 감소해 부진한 모습입니다.

<> 백창곤 본부장 =올해 중남미 경제성장률은 4.7% 수준으로 높아지고
인플레이션도 10.1%정도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같은 안정적 성장기조에 힘입어 1~4월중 대중남미 수출은 1.5% 증가했고
무역수지도 12억3천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습니다.

<> 사회 =최근 엔화가 급속히 강세로 돌아서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향상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현지 사정은 어떤지요.

<> 정본부장 =현재의 엔화가치를 한달전과 비교하면 물론 강세라 할 수
있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당 1백15엔 정도로는 결코 엔고라 할 수
없습니다.

또 달러당 10엔 정도의 엔화절상으로는 미국시장에 들어오는 일본제품의
수출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기업들은 엔화가 초강세였던 2~3년전에 이미 달러당 90엔을 기준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해놓은 상태여서 엔화환율이 달러당 90엔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한 미국시장에서 한국상품이 누릴 수 있는 가격경쟁력 향상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입니다.

<> 서본부장 =중국의 경우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원가 상승에 따라 주요
부품의 수입선을 우리나라나 유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도 우리 업체를 찾는 수입상이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우리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입니다.

<> 김만율 본부장 =러시아와 동구시장의 주력 수출품목은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직물류 비디오테이프 등 대일경쟁품목이 많습니다만 이 지역의
경우 엔화환율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업체들이 동남아 유럽등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김두환 본부장 =최근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15엔대로 떨어지면서 현지
한국기업들의 수출의욕이 상당히 고조된 것은 사실입니다.

노무라연구소에서는 금년말의 환율전망을 달러당 1백5~1백10엔으로 발표
했는데 이 정도로 엔화환율이 떨어진다면 본격적인 엔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백본부장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수출 주종품목은 자동차 전기.가전제품
직물류로 이들 3대품목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일본과의 경쟁품목인 자동차와 전기.전자제품 직물류로 이들 3대품목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일본과의 경쟁품목인 자동차와 전기.전자제품은 엔화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입니다.

<> 사회 =최근 KOTRA조사에서는 각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수출상품이 1백36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실제 현지 소비자들의 우리상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 정본부장 =지난 1월 미국의 얀켈로비치사가 한국상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3%만이 우수하다고 답했고 좋다가 31%,
그저그렇다 내지 나쁘다가 45%에 달했습니다.

<> 서본부장 =중국시장에서는 가전 화공 철강 피혁 종이 폴리에스터 등
대기업제품이나 원부자재 중간재의 경우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공업품 위주로 일반소비재는 아직 미국 일본 등 선진국제품에
비해 지명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고 대만 홍콩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인식입니다.

<> 김만율 본부장 =러시아 동구시장은 우리 상품의 홍보면에서 가장
성공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산 컬러TV 승용차 직물류는 높은 성가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덕택에
다른 상품들도 가격이나 품질이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상품들이 국제시장에서 인정받는 품질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들
시장에 진출한데다 진출초기부터 적극적인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을 편 결과
입니다.

<> 김두환 본부장 =일본시장에서 한국산 반도체나 TFT-LCD등 첨단제품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또 일반소비재중에서도 섬유제품의 경우 일본산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미국산 수준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서본부장 =중남미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 및 기업이미지가 매우 양호
합니다.

가전제품의 경우 브렌드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본제품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고 승용차도 현지여건에 적합한 모델의 선정과 가격
조건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중소기업형 제품의 경우도 이들 첨단기술제품과 국가이미지 상승의 후광
효과로 시장개척여건이 개선되고 있지요.

<> 사회 =현지 마케팅이라든지 수출전략면에서 우리의 경쟁국들로부터
배울만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 김두환 본부장 =일본기업들의 특이한 관행으로 "마케팅 인센티브 풀"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딜러에게 4~5%의 디스카운트권한을 주고 만약 딜러가 이할인권을 사용하지
않고 정산가격으로 판매하면 그만큼을 딜러에게 크레디트로 제공해 다음번
제품주문때 사용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딜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그만큼 일본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기업들은 조기주문을 하는 바이어에 대해서는 주문량에따라 10%까지
할인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문량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재고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누리는
것이지요.

<> 서본부장 =중국시장에서 가장 필수적인 전략은 조직적인 유통업 진출
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야오한 다이에이 이세탄 세이브 자스코 등 일본기업들이
상해 광주 심천등을 중신으로 백화점및 슈퍼의 체인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미국의 월마트와 K마트,영구의 딕슨,홍콩의 자딘 메치슨,네델란드의
마크로, 프랑스의 까르푸 등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기업도 신세계 등 일부기업이 진출해 있으나 아직 조보 단계여서 보다
적극적인 유통시장 공략이 필요합니다.

<> 사회 =끝으로 가시적인 수출 확대방안을 찾는다면 어떤게 있겠습니까.

<> 정본부장 =미국의 경우 유통망확보를 위해 대형소매체인 공급확대,
자체유통망구축,전자상거래 활용등 3종류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와함께 수출품목 다양화, 투자 및 기술협력 확대, 정부조달시장 참여,
현지 교포활용 등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 서본부장 =무엇보다 유통업분야의 진출이 시급합니다.

유통업 진출은 단순히 상품판매뿐 아니라 자국상품의 이미지 제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 입니다.

또 중국시장은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외국 브렌드제품과의 경쟁
시장이므로 신제품과 고급브렌드 상품의 진출에 주력 해야 합니다.

<> 김만율 본부장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의 경우 러시아 동구 자체시장
은 물론 EU시장을 겨냥한 현지 조립생산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형 품목들은 각종 전문전시회에 적극 참가하는 한편
소량주문,단기 딜리버리 등 현지 바이어들의 구매관행에 적응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 백본부장 =중남미는 중소기업형 플랜트 및 원부자재 수출이 유망합니다.

또 국제금융기구와 선진국들의 공적개발원조에 의한 사회간접자본 건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분야입니다.

<> 허본부장 =EU시장에서는 기술장벽강화 추세에 적극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현지기업과의 기술협력을 강화
해야 할 것 입니다.

또 유통구조변화에도 대응책을 서둘러야 합니다.

이와함께 아프리카시장에 대해서도 시장잠재력을 감안한 체계적인 진출전략
을 마련할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