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은행들에 한국물
투자를 축소토록 지시했다.

이로인해 국내은행들의 영업이 위축됨을 물론 영국에서 활동중인 국내
기업들은 심각한 외화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희삼 서울은행상무는 "영란은행이 최근 서울은행 런던지점에 한국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도록 권고했다"며 "이는 최근 국내에서 대형부도가 연쇄적
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국내 다른은행들에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외금융당국은 그동안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은행들에 <>동일인여신한도
<>업종별 여신포트폴리오 <>부동산담보부대출 등을 규제해 왔으나 이같은
지시를 하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박상무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란은행이 특별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정기검사등을 통해 영업상의 제한을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진출 국내은행들은 영업의 90%이상을 한국물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번 조치로 국내기업.금융기관들은 런던 룩셈부르크 등지에서
CB(전환사채)등 해외증권을 발행하거나 차입하는데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천만달러 규모로 국내기업들에 나간 대출의
경우 수시로 만기가 돌아오는데 재대출을 중단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느냐"
며 "그러나 영란은행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