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기산업이 위기를 맞고있다.

오는 99년 종료되는 F-16을 생산하는 한국형 전투기(KFP)사업의 마땅한
후속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부품업체들은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다.

1조원 상당의 금액을 투자해 어렵사리 키워놓은 전문인력과 생산시설이
고스란히 사장될 처지에 놓여있다.

항공기산업을 21세기 첨단미래산업으로 분류, 2천년대초 세계10위권의
항공국가로 키우겠다던 정부는 내부이견으로 정책실종상태에 빠져있고
항공기업계는 과당경쟁으로 서로를 견제하기에 바빴다.

이제 정부과 항공업계가 다시 힘을 모아 단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의 에어사과 공동추진중인 중형항공기 개발사업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이같은 전환기의 시점에서 국회 정부 학계 언론계등 항공기산업 관련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공방위산업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12일 열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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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복진 의원(국민회의) =우주항공산업은 정보통신분야와 함께 21세기에
각광받을 대표적인 산업이다.

그러나 업체들간 과당경쟁으로 항공산업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고 특히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는 구멍이 뚫렸다.

문민정부들어 율곡사업이 개혁대상이 되자 정책담당자들이 정책결정을
미루고 있다.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거나 세미나를 개최하는게 고작이다.

<>김균섭 통산부 기초공업국장 =지난 78년 실무자로서 항공기산업의
전반적인 계획을 세웠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생산시설 연구인력등 인프라는 월등한 성장을 했다.

이에비해 기술수준이 낮고 특히 항공산업에 대한 의견통일이 안되고있는게
문제다.

그동안 업체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위해 단일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기술을 축적하며 업체간 이해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미국 이외의 모든 국가가 그러하며 대외 협상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정지택 재경원 경제정책심의관 =현재 추진하는 단일법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정부에서 참여하는 방식은 과거의 행태이다.

지분참여등을 통해 직접개입하기 보다는 기술지원 중장기계획마련등에
역점을 둬야한다.

특히 항공방위산업은 안보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하기 때문에 기존의
국방예산을 우선순위에 따라 신중히 배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그동안 종합적인 계획이 없었고 정부의 역할이 불분명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안병길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 =항공기산업을 육성해야한다는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부처간 의견차이로 예산지원이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비전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2000년대초에 우리기술로 고등훈련기를 만들고 2010년께에는 F-16 정도는
만든다는 장기계획이 있었다.

투자도 대대적으로 이뤄져왔다.

KTX-2사업의 경우 기술도입선인 록히드마틴사에 인력을 보내 기술을
전수받았고 탐색개발까지 마쳤다.

예산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노오현 서울대교수 =재경원의 "국영화=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주장은
항공기산업에서만은 예외다.

위험이 큰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첨단기술산업이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가 지원하고있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점을 생각할때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경우 철강 조선등 다른 산업들은 주도권을 외국에 넘겨주고있으나
항공우주산업만은 꼭 지켜야한다는 입장이다.

10여개 대학에서 항공우주관련 학과를 신설해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정책에 따라 교육부에서 허가를 내주고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이같은 정부의 기조와 최근 각 부처간 의견차이를 볼때 정부 방침의
일관성이 결여돼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선희 국방부 KTX-2사업단장 =현재 1단계 탐색개발을 마친 KTX-2사업의
경우 국방 뿐만아니라 경제 기술등 파급효과가 크다.

문제는 기존 국방예산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데
있다.

정부차원에서 재원조달의 협의해 빠른 시일내에 반드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겠다.

<>이원복 의원(신한국당) =항공방위산업이 장기적인 필수사업이므로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재경원이 앞으로의 책임문제로 예산결정을 미루고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해결할수 있다.

<>천용택 의원(국민회의) =국방부는 앞으로 사용할 다양한 항공기기종을
종합적으로 계획해야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계획아래 항공기산업이 추진될수있다.

또 업계간 컨소시엄을 통한 단일회사 설립은 우리 항공기산업을
살리기위한 마지막 카드다.

정부의 주도하에 추진돼야한다.

이를통해 현재의 생산라인과 기술을 어떤식으로든 살려야한다.

<>이동호 서울대교수 =최근 KTX-2사업 추진방법과 관련해 일본과 대만의
항공기산업을 둘러봤다.

50년이상의 장기적인 국가차원의 계획이 수립돼 중단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완전한 정부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자체개발한 초음속전투기를 생산,
국제시장에 판매할 계획까지 세워놓고있을 정도다.

우리는 정책결정기구에 의해 장기계획이 정식으로 마련된 적이 한번도
없다.

<>안택순 공군기획관리참모부장 =한정된 예산때문에 지금까지 항공기
직구매에 의존해온게 사실이다.

훈련기의 경우 60년대 기종을 임차해서 사용하고있는 실정이다.

<>도상호 국방과학연구소부소장 =80년대초 기본훈련기(KTX-1)사업을
추진할때도 지금의 KTX-2사업과 같은 타당성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리스크(위험도)는 인력 기술등을 측면을 감안할때 기본훈련기에
비해 훨씬 적다고 확신한다.

이미 89명의 기술자가 미국에서 3년간의 기술전수를 거쳤다.

선진 항공기산업으로 부상하기위해서는 이들 핵심기술을 전체체계설계
조립 등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 정리=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