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빌라단지가 서울시내 주요지역에 잇달아 조성되고 있다.

빌라는 건축법상 연립주택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연립주택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빌라단지라고 하면 나무들이 잘 가꾸어진 정원에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외관을 갖춘 3~4층짜리 건물이 자연스럽게 배치돼있는 공동주택단지를
연상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논리로 볼때 이같은 빌라단지는 주거환경이 뛰어난데다
공급이 많지않아 투자가치가 높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라나에서는 분양가제한으로 인해 좀 다른 양상이 전개돼왔다.

분양가 제한에서 벗어나기위해 주로 20가구미만을 지어 분양하다보니
빌라가 자투리땅에 건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조성된 빌라단지가 잇달아 생겨나게
됐고 분양가를 밑도는 수준에 매매가격이 형성된 경우도 적지않았다.

특히 서울처럼 택지난이 심각한 대도시에선 건설업체들은 3천평이상의
토지만 확보하면 사업성이 가장 확실하게 보장되는 일반 아파트사업을
벌이는게 통례였다.

이에따라 고급빌라단지에대한 수요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었음에도 불구
이들 수요자는 5백~7백평의 소규모 부지에 건립되는 20가구미만의 빌라나
상가위에 지어지는 주상복합아파트를 구입할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고급주택을 매입했으면서도 주거환경에
만족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연립주택에대한 분양가가 자율화돼 제대로된 빌라
단지를 조성할수있는 정책적 틀이 마련됐다.

이에따라 일부 발빠른 건설업체들은 서울시내에 있는 2천~3천평 규모의
토지에 빌라단지를 조성, 분양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같은 대규모 빌라단지분양사업을 벌이는데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선 분양률을 높이기가 어렵고 주거환경이
좋은 곳은 택지비가 비싸서 사업수행을 하는데 문제가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충동 방배동 삼청동 등 일급주거지에서 40-50가구의 대규모
빌라단지가 조성, 분양된다면 부동산으로서 상당한 투자가치를 갖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이같은 빌라단지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김영수 < 미주하우징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