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삼성의 구조조정 관련 보고서 파문에 휩싸여 혼란한
틈을 타 일본 자동차 업계가 한국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런 가운데 기아를 비롯한 기존 자동차업체들과 삼성과의 신경전은
계속이어져 양측의 감정싸움은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 4위인 미쓰비시자동차는 10일 신문광고를 통해
한국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미쓰비시자동차 우수성의 오랜 전통"이라는 헤드카피의
광고를 통해 국내에 첫 진출할 갤랑의 모습을 내보였다.

미쓰비시상사가 낸 이 광고는 미쓰비시자동차가 "자동차생산을 위한
기술혁신의 선두주자"임을 강조하고 "미쓰비시로 만족감을 즐겨 달라"는
제언으로 한국시장 진출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시장에는 일본업체 가운데 도요타만이 미국시장에서
생산된 아발론을 인치케이프코리아와 진세무역을 통해 판매해왔으나
미쓰비시외에 스즈키 마쓰다 등도 곧 국내판매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구조조정 관련 보고서 논쟁에 말려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날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청와대 재경원 공정거래위원회
통산부 등 관계당국에 성명서를 전달했는가 하면 기아 쌍용의 근로자들은
삼성에 대한 집단행동을 계획,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기아그룹은 삼성을 대상으로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도 이에 뒤질세라 그룹차원의 홍보회의를 열어 기존업계를 정면공박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삼성-기존업계간 공방전은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수입선다변화제도에서 제외돼 있는 미국산
일본차를 국내시장에 속속 밀어넣고 있는 것은 99년이후를 겨냥한 "트로이의
목마"인 셈"이라며 "이런 가운데 국내업체들이 경쟁력 강화와 무관한
삼성보고서와 관련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각 업체들이 경영력을 쓸데 없는 곳에 낭비하고 근로자들마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원인제공자인 삼성이 빠른 시일내에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반면 기존업체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엄기웅 대한상의 조사이사는 "감정으로 치닫는 것은 업계 전체로서도
바람직 하지 않은 일"이라며 "기업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협력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