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

월남전에 사용되었던 고엽제, 쓰레기 소각로 배출가스, 담배연기.얼핏
보면 연관성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인체에 치명적이라고 하는 다이옥신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이옥신은 고엽제등 일부 제초제에 불순물로 들어있고 유기물의
연소과정에서 미량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고대 인간의 화석에서도 다이옥신류의 물질들이 검출되었다고 하니
다이옥신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온 물질이다도
하다.

그러나 수백종류의 다이옥신류 물질중에서 인체에 독성이 매우 큰 발암성
다이옥신의 경우 고대 인간화석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현대산업사회의
생태계와 인체에서 검출되고 있다.

또한 아프라카와 같은 저개발국가보다 유럽의 산업국가 사람들의 혈액에서
다이옥신이 2~3배 높게 나온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이 물질이 고도
산업사회에서 무분별한 자원의 사용, 화학물의 대량생산, 그리고 이들의
소각폐기 과정에서 총량적으로 증가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많은 환경과학자들은 다이옥신의 문제를 제2의 DDT,또다른 "침묵의
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미국의 작가 "카슨"이 그때까지만 해도 농약으로 대량
쓰이던 DDT가 생태계에서 파괴되지 않고 축적.농축되어 결국 생물이 살 수
없는 정도로 생태계가 피해를 받아봄이 되었으나 생물이 생동하지 못하는
"침묵의 봄"이 온것과 같은 모습을 소실화한데서 비롯됐다.

미국의 경우 다이옥신에 대한 연구와 대책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먼저 동물실험을 해보니 여러 종류의 암발생의 원인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고 이외에도 생식독성, 면역독성, 간독성등 다양한 종류의
생체독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뒤를이었다.

이렇게 많은 독성이 발현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이옥신이 다른 독성물질과는
달리 유전자를 공격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더구나 한번 세포내로 침투한 다이옥신은 파괴되거나 배설되지 않고
유전자 공격에 실패하면 재공격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세포내에서 재활용(?)되는 현상까지 있다는 사실을 밝혀주고있다.

1990년 들어와 다이옥신에 노출되는 화학공장의 근로자 수천명을
대상으로 30년이상의 과거 자료를 추적하여 다이옥신 노출량과 암발생과의
관계를 역학적연구로 증명하였는데, 그 결과 페암발생률이 1.4배 증가한다고
밝혀졌으며 이 연구결과의 타당성이 받아들여져 최근 "국제 암 연구기구
(IARC)"에서 발암물질로서 인정하기 위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15배 폐암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이옥신은 이에 비하면 10분의1정도라 할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환경성 발암물질중 에서는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로 보아야 한다.

단순히 계산해볼때, 다이옥신 같은 환경오염물질 10가지가 존재하게 되면
담배와 같은 수준의 영향을 주게되니 수많은 환경오염물질과 인체영향의
불확실성을 생각할때 크게 염려해야할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선진산업국에는 이미 쓰레기 소각로가 엄청나게 가동되고 있으며
일본에만도 1800만개의 소각로가 있다.

이 소각로중에는 다이옥신의 유행성이 증명되기 이전에 건설된 것도
많아 기준치의 수십, 수백배 다이옥신을 배출하기도 하여 골치거리가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하면 후발산업국가로서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정책을 펼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책에는 과학이 뒷바침되고 국민의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앞으로 우리가 반드시 다음의 일들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다이옥신을 충분히, 그리고 올바로 알아야 한다.

우선 외국에서 연구가 이루어진 사실들만이라도 정확히 이해라고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국내의 전문가,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다이옥신이 우리체내로 들어올 수 있는 경로로서 호흡기를 통한
직접노출은 미미하여 식품을 통한 것이 주 경로라고 밝혀져 있으나 이는
외국의 경우이고 우리와 같이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밀집지역에 소각로를
건설할 경우 어떤 형태의 영향이 있을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셋째, 다이옥신의 건강위해성 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

지금껏 우리는 굴뚝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농도만을 측정했으나 실제
생태계나 인체에 어느정도 축정되어 있는지를 살펴 다이옥신의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일정수준에 도달하기 이전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안목으로 지금까지 노출되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노출가능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역학조사를 계획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 보건학자나 공학자들의 연구개발, 그리고
국민들의 지속적인 감시가 앞으로 10년이상 필요하며 바람직한 상공사례를
남겨 21세기 환경관리에 귀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