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은행장 선임과 관련, 지난 7일 재정경제원이 발표한 해명은
그동안의 관치 의혹을 씻어주기에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금융자율화에 대한
의지조차 읽을수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

재경원은 시중은행장 인사에 대한 입장 이라는 공보관 명의의 해명서에서
세가지 정도를 밝혔다.

한보관련자의 내부승진은 허용할수 없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입장이라는
점과,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한은 지분보유 48%)로서 의사표시를
한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미 서울은 등 여타 시중은행장 인사에는 직간접을 막론하고
행장후보를 추천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형식논리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이 몇명이나 되리라고 생각하는지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한보관련자의 내부승진은 그 자체로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수 있고 또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 대해 의사표시도 있을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특히 형식상 비상임이사회에서 추천토록 돼있는 행장후보를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정부가 내정해 발표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정부가 간여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우리는 정부의 해명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고 또 이같은
행태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기도 어렵다.

나아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자율과 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개혁에 대한 정책의지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주주로서 의사표시를 했다는 것도 문제다.

경제력 집중이나 대주주의 횡포를 막기위해 대기업그룹의 비상임이사회
참여는 배제시켰다.

더구나 은행장선출방식을 비상임이사회에서 추천토록 은행법을 바꾼게
언제인가.

작년말에 법을 개정해 금년부터 적용되는 것이고 이번이 첫 케이스
아닌가.

속된 표현으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정부 스스로 이를 어기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본란이 이미 지적한바 있지만 내정된 행장후보 개개인이 누구냐를 떠나
규정된 제도와 절차에 따라 행장을 선출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취지를
살릴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좀더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간접을 막론하고 간여한 적이 없다고 한 이번의 해명은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 기존의 입장을 합리화시키는데 급급한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금융감독체계를 둘러싼 한은과의 관할권 싸움까지 감안한다면 관치의
고삐를 놓지 않으려는 재경원의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가지고는 금융개혁은 요원한 과제 일수밖에 없다.

정부는 형식적인 논리로 정당성을 변명하기 보다는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명실상부한 자율화의지를 재천명하는 하는 한편 이를 믿을수
있도록 몸소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주도록 거듭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