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래스카=노웅 기자 ]

북미의 캐나다 서부해안을 남비자루처럼 길게 파고 내려온 알래스카의
동남부지방은 크루즈(유람선)나 비행기편이 아니면 갈수 없는 오지에 속한다.

그러나 이곳은 얼음집과 에스키모로 상징되는 전형적인 알래스카 내륙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갖고 있다.

여름기후는 선선하고 겨울에도 평지는 그다지 춥지 않으며 비가 많이
내린다.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이들 지역의 항구도시들은 하얀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산을 배경으로 항상 비나 안개에 젖어 있어 여행자의 노스탤지어를 불러
일으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어항이나 탄광지역에 불과했던 이들 소도시는 연중 수백척의 크루즈가 부두
에 기항하면서 부두를 중심으로 기념품가게 등이 늘어서 아담한 관광촌을
형성하고 있다.

주노의 알래스카주정부 청사에서 만난 다이엔 E 던햄 관광국 마케팅국장은
날짜별로 기항하는 유람선명이 빽빽히 적힌 달력을 보여주며 "주노에 올해
기항하는 유람선수는 모두 5백49척(승객 51만3천1백81명)"이라고 알려줬다.

빙하로 인하여 이루어진 해안의 협곡과 빙하, 산림이 무성한 도서사이를
유람하는 크루즈 투어객들은 동남알래스카의 크루즈 주요기항지인 시트카,
주노, 키치칸 등에 내려 원주민들의 고유문화와 공예품들을 둘러보고 거대
하고 신비한 대자연에서 느꼈던 감흥과는 또다른 알래스카의 면모를 접하게
된다.

<> 주노

=가스티노해협에 면하고 맞은 편의 더글러스섬과는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는
주노의 인구는 약 3만명으로 주내에서 세번째로 큰 항구도시이다.

주노는 외부로 통하는 길이 없고 알래스카 에어라인이 앵커리지와 시애틀
간을 매일 수편 운항한다.

주노에서의 관광포인트는 주노시내와 해협을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는
로버트산(해발 6백19m)행 케이블카(TRAMWAY)와 멘덴홀빙하.

유람선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케이블카(요금 17달러)는 5분이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에는 평지와는 달리 눈이 쌓여 있어 여기가 알래스카임을 확인시켜
준다.

4km 거리의 하이킹코스도 마련돼 있다.

멘덴홀빙하는 주노에서 가까운 거리(21km)에 있으며 육로로 접근할수 있는
보기드문 빙하중의 하나이다.

빙하 앞에는 안내소가 있어서 영화를 통하여 빙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가
있으며 빙하 앞 얼음같이 찬 물에서 카약을 즐기는 모습도 볼수 있다.

한편 주노공항 인근에는 동남알래스카에서 유일한 빙하골프장이 있다.

9홀짜리로 거리도 짧고 잔디도 좋지 않은 엉성한 골프장이지만 빙하를
바라보고 골프를 칠수 있다는 특이한 매력이 있다.

연중 6~9월 4개월동안만 개장한다.

부두에 있는 레드 도그(RED DOG) 살롱은 1백년 전통의 서부식 맥주집으로
이 곳에서는 드물게 젊은이들의 활기있는 분위기를 맛볼수 있는 곳이다.

<> 시트카

=동남알래스카의 여러 도시 중에서 가장 서쪽으로 태평양에 노출되어 있는
도시.

이 항구 앞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어 태평양의
파리라고도 불린다.

제정러시아 치하 때는 알래스카의 수도였다.

60년간 러시아가 지배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시내 중심가에 러시아 정교회가 우뚝 서 있으며 포대가 보존된 성터도 있다.

<> 케치칸

=연어잡이의 중심항구로 6월이면 연어떼가 시내 개천에 넘쳐나게 몰려와
장관을 이룬다.

알래스카의 최남단 도시로 겨울에도 춥지 않으며 세계에서 강우량(연 4천mm)
이 가장 많은 곳중의 하나이다.

옛시가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히스토릭 크릭 스트리트, 통가스역사박물관,
토템문화유산센터, 삭스만원주민(인디언) 마을관광 등이 관광포인트.

크릭 스트리트에서는 20여개의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이 들러볼만 하고
옛날 금이 나오던 시절에 광부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유명한 창녀 돌리의
집을 관광명소로 만들어 돈(3달러)을 받고 있는 것도 이색적인 구경거리다.

선착장에서 20분거리에 있는 삭스만 빌리지는 인디언 마을로 다양한 형태의
각종 토템폴을 구경할수 있으며 이 지역에서 살았던 인디언들의 겨울집도
복원돼 있다.


[[[ 볼거리 / 즐길거리 ]]]

주노, 시트카, 케치칸 등 기항지에서는 일반관광 외에도 다양한 레저나
특별관광을 즐길수 있다.

연어낚시, 연어회식, 고래구경,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이용한 빙하구경,
래프팅 등이 대표적이다.

기항지에서의 관광비용은 승객이 개별 부담해야 한다.

시내버스 투어가 30달러선이고 연어낚시는 2백달러, 고래구경은 1백달러,
헬리콥터투어는 1백50달러선이다.

요금은 각도시나 현장까지의 거리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며 크루즈에서
신청하는 것보다 기착지 항구에 내려 직접 신청하는 것이 훨씬 싸다.

주노에서 기자를 안내한 알래스카주정부 관광국 직원은 동남부 알래스카
지역에서 가장 해볼만한 투어는 헬리콥터 빙하구경이라고 추천했다.

눈.얼음 들판을 비행기에서 조망하는 경관이 일품이며 빙하 위에 내려
만년설을 먹어보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