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Playing godmother to invention, May 30, Economist >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은 신기술과 신제품및 신공정을 창조하는 R&D(연구개발)
투자에 경쟁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도 조세감면 혜택을 아끼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R&D투자를 적극 장려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R&D 투자전략과 각국 정부의 지원정책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공학적인 "연구" 그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다보니 정작 경제적으로 중요한
신기술의 확산이나 보급이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에서 R&D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인 "기술과 산업발전
(Technology and Industrial Performance)"는 R&D 투자열풍의 허와 실을
분석해 주목을 끌고 있다.

OECD 보고서는 각국의 R&D투자와 지원정책이 이공학적인 과학과제에만
너무 치우쳐 있으나 과학적인 성과만으로 경제실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정책을 펴는데 있어 기술의 역할을 필요이상으로
과대평가하고 있거나 심지어 자기나라의 기술력을 잘못 측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정부정책입안자들이 기술력을 점검할때 R&D지출이 국내총생산
(GDP)의 몇 퍼센트인지를 먼저 따진다.

실제 정책에서는 컴퓨터하드웨어나 항공기제작및 의약품제조같은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그렇지만 이런 통상적인 기술력 측정방식과 선별적인 지원정책에는 분명한
사실 한가지가 무시됨으로써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오류가 포함돼 있다.

그 분명한 사실은 많은 기업들이 연구실을 통해 스스로 기술을 획득하기도
하지만 첨단 제어장치같은 R&D 집약적인 기계나 장비를 구매함으로 "기술적
인 발전"을 이룩한다는 점이다.

특히 서비스 산업의 경우엔 기술적인 발전이 장비구매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선진국그룹의 경우 항공운송 통신 소매업 의료 금융부문에서는 정보기술력
향상을 위해 총매출액의 6%정도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조업체의 매출액대비 R&D투자 비율과 비교할때 2배가 될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OECD는 한 국가의 진정한 R&D투자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총체적 기술 집약도"라는 개념으로 기존의 R&D 지출에 장비구입 등을 통해
자동적으로 얻는 (장비에 내재된) 기술의 가치를 더해 한 나라의 기술력을
파악했다.

그 결과 미국은 20년사이에 국민소득대비 R&D 지출비율이 축소됐지만 첨단
장비에 내재된 기술의 이전등의 효과로 실질적인 기술투자는 예상밖으로
많이 축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일본과 미국을 비교할때 국민소득대비 R&D 지출액 비율은 큰 차이가
없으나 장비에 내재된 기술의 도입부문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OECD는 생산성향상 측면에서는 R&D 지출보다 기술도입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도 발견했다.

장비구입등을 통해 얻은 기술(내재된 R&D)의 투자수익률은 지난 70년대
만해도 1백30%였으나 80년대엔 1백90%가 될 정도로 높아졌다.

또한 외국에서 장비를 수입함으로써 얻은 기술이 국내장비에 내재된 기술
보다 생산성 향상에 효과가 더 뛰어났다는 점도 나타났다.

따라서 이노베이션(기술혁신)에 촛점을 맞춘 전통적인 기술장려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정부는 이노베이션 못지않게 기술의 확산과 보급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
기술의 빠른 전파가 가능하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규제완화등을 통해 기업간 경쟁을 한층 더 촉진시켜야
한다.

실례로 한 기업이 대단한 기술을 발명하고 독점력을 얻었다면 분명히 기술
이전에 높은 댓가(가격)를 요구할 것이다.

시장가격이 높아지면 기술의 확산은 더딜 수 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을 감안할때 기업의 독점적인 이노베이션을 강조할 것이 아나라
R&D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도록 정부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OECD가 내놓은 처방이다.

<정리=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