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리위원회가 신성무역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사보이호텔과
임정훈씨 정승백씨를 공동보유자로 판정한 것은 인수합병시장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돼왔던 주식파킹에 쇄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식 파킹은 인수합병시장에서 공격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지분확보수단으로
그동안 편법논란이 끓임없이 제기됐었다.

공개매수기간중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리 낮은 가격에 3자 명의로 주식을 매집해 놓고 공개매수기간중에 이를
넘겨 받기 때문이다.

증감원은 이같은 편법적인 지분확보를 막기위해 지난 4월 개정된
증권거래법에 공동보유자개념을 도입 의결권을 같이 행사할 목적의 지분을
합산하도록 명문화했다.

그럼에도 사보이호텔은 평소 이명희사장과 친분이 있던 임정훈씨와
정승백씨를 통해 지난 4월9일부터 25일 사이에 신성무역주식을 각각 12.07%
4.65%씩 16.72%를 매입하도록 했다.

물론 이들은 공동보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증감원의 조사자료를 보면 여러곳에서 공동보유자라고 할수 밖에
없는 징후가 드러났다.

우선 임씨와 정씨는 사보이호텔이 웅진코웨이로부터 신성무역주식을 넘겨
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지난 4월 8일 동아증권 영업부를 통해
계좌를 개설했다.

동아증권 영업부는 사보이호텔의 사실상 대리인인 윤기섭씨가 근무하는
곳.

웅진코웨이로부터 신성무역주식을 함께 넘겨받기로 답합하고 계좌를 개설
했다는게 증감원의 설명이다.

이들은 계좌개설 바로 다음날인 4월 9일 오후 2시 18분 신성무역주식을
직전가보다 2천2백원 낮은 3만5천원에 1만7천8백주 8천5백주씩을 매수주문
했다.

같은 시간 웅진코웨이는 보유중인 신성무역주식 4만6천주를 시장에
내놓았으며 이중 2천6백30주를 제외한 4만3천3백70주가 사보이호텔 임정훈씨
앞으로 넘어갔다.

증감원은 4월 9일에 임씨와 정씨가 신성무역주식을 매입한 것을 두고
사보이호텔이 당시 신성무역주식을 24.7%를 매입, 의무공개매수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5%이상 취득할 경우 개정 증권거래법에 따라 50%+1주에 달하는 주식을
최근 1년간 최고매수가격으로 공개매수해야 하므로 미리 물량을 확보(파킹)
해 두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증감원은 그 증거로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사보이호텔 이명희씨의 자금
6억4천만원이 임정훈씨에게로 넘어갔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또 임씨와 정씨가 단순투자목적이라고 하지만 그후 주가가 공개매수가격이상
으로 올랐을때 팔지 않은 점, 4월 9일의 거래가 사전담합에 의한 것이라는
웅진코웨이 관계자의 진술, 사보이호텔의 이사장과 임,정사장이 개인적 또는
사업상 친분이 있다는 점 등을 증거로 들고 있다.

증감원 조사총괄국 조종연부국장은 "당사자들이 공동보유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공동보유자라는 증빙자료를 여러가지 확보하고 있다"면서 기소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증감원은 사보이호텔의 공동보유자 판정으로 공개매수가 무효로 되지만
사보이호텔은 시정명령이행이후 다시 공개매수신청서를 제출할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사보이호텔이 공개매수를 재개하지 않아 현재 공개매수신청을 한
투자자 18명(약 6만6백주 매수예정수량의 49.6%)이 손해를 입게 되면
거래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주병 기자 >

<<< ''주식 파킹'' 이란 >>>

기업을 인수하려는 회사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인수목표회사의
주식을 매입해서 일정기간 보유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인수하기전 믿을만한 제3자와 구두나 문서로 인수대상기업의 주식매매에
대해 일종의 이면계약을 맺어 두는 것이다.

파킹(Parking)을 하는 이유는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입할 경우주가가 높아져 많은 매수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킹은 인수대상기업의 주식을 미리 안전하고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투자자에게 청약기회를 주도록 한공개매수제도의 취지에
어긋나 불법, 편법시비를 불러 일으키는게 현실이다.

지난해 대구종합금융주식을 공개매수했던 태일정밀은 당시 코오롱상사가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했던 약속을 어겼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최근 제기,
주식파킹을 스스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 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