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경제는 불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보사건과 김영삼대통령의 차남구속 등으로 사회가 어수선
하고 국민들은 정치불안 경제불안 안보불안 등으로 안정감을 잃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많은 언론매체들과 일부 식자들이 마치 우리나라경제가
곧 망하는 것처럼 매우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계속하고 있는 사실이다.

과연 한국경제는 침몰해가는 배처럼 망해가고 있는 것일까.

필자의 대답은 단연 노(no)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마키노 노보루"라는 경제평론가가 "비관주의가 나라를
망친다"라는 저서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는 이 책에서 일본경제의
강점은 애써 외면한채 약점이나 문제점만 크게 부각시키는 패배주의적인
비관주의가 더 큰 문제라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첫째 한보와 삼미가 도산한데 이어 진로 대농이 부도직전에 구제를 받았
지만, 자기자본은 별로 없으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이나 타인자본
만으로 문어발식 계열회사를 만들어나가는 지금까지의 관행은 더이상 통용
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교훈을 기업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진로도 소주를 비롯한 본업과 본업관련 산업만 잘 지키고 키워나갔더라면
오늘과 같은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각 재벌그룹은 본업회귀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논노나 삼익피아노가 본업의 수성보다 수익성도 없고 본업과 별로 관련이
없는 업종으로 사업다각화를 하다가 도산한 사실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소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둘째 과거 연평균 15%내외의 임금인상을 해오다가 작년엔 평균 6.5%, 금년
평균 3.5%의 임금인상선에서 많은 기업들이 임금타결을 본 것도 매우 고무
적인 현상이다.

각 기업이 불황으로 감량경영을 강요받게 되어 감원이 불가피해지자
근로자들은 지나친 임금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아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이나 3~5%의 임금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셋째 기업인들이 금융원칙이나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뇌물이나 정치헌금으로
이권과 특혜를 받아내면 나중에 반드시 처벌받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것이 한보사건의 큰 교훈이다.

이제부터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경기규칙으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면 한보사건은 결코 헛된 스캔들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넷째 요즘의 정치불안 경제불안 안보불안속에서 국민 기업인 근로자가
지나친 개인이기주의나 부처이기주의를 내세우고, 회사나 국가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개인이나 회사나 국가도 망하기 쉽다는 귀중한 교훈을
깨우쳐 주었다.

이러한 위기의식의 공감대확산이 위기극복의 응집력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이 우리경제를 재건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육체적 불구는 개인의 불행이나 정신적
불구자가 많은 것은 국가적 불행"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패배주의적인 비관주의자는 바로 정신적 불구자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생각을 고쳐야 한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를 재조정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 오늘의 난국은 필요악적인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수출 제1위품목인 반도체수출가격도 개당 7달러에서
10달러내외로 회복되고 있고 일본의 엔저가 엔고로 돌아서 1달러당 1백27엔이
1백15엔으로 절상되고 앞으로는 1백10엔대로 더 절상될 전망도 있어 한국
상품의 수출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켜주고 있다.

한때 1달러당 9백10원대까지 절하되었던 원화환율이 8백9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주가지수가
720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여러가지 상황변화도 경제체질개선이나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 재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의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소"(HIID)가 아시아 개발은행(ADB)과
공동으로 내놓은 "부상하는 아시아-제문제점과 전망"이라는 연구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제국(대만 홍콩 싱가포르)은 향후 30년간 과거처럼
고도성장은 아니더라도 5~6% 내외의 중간수준의 경제성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유니언은행도 얼마전 세계주요국의 국가
경쟁력을 전망하는 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21세기에 가서 가장 국가경쟁력이
뛰어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그 이유로 <>가정과 가족존중의
가치관 <>높은 자녀교육열 <>강한 성취욕 <>시작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근성 등 네가지를 들었다.

하루빨리 비관주의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2위의 조선국, 세계3위의 반도체생산국, 세계3위의
전자전기제품 생산국, 세계5위의 철강생산국, 세계5위의 석유화학제품생산국,
세계5위의 자동차생산국 그리고 세계7위의 섬유생산국으로 성장하여 국가
경제력이 세계11위에 도달한 경제강국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하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88정신으로 돌아가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로 우리경제를 다시 일으키자.

우리국민은 위기에 강하고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민족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