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우선".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인 한국베리안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건 모토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이 회사의 종업원은 사장까지 모두 2백40명.

지난 해외부기관 등에서 교육을 실시한 종업원수는 3백37명이다.

종업원 1인당 1.4회씩 교육을 받은 셈이다.

특히 해외에서 실시한 연수만 58명에 달한다.

이 회사가 교육을 이처럼 중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한 것 이상의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황규석 경리기획실이사는 "한국베리안의 지난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2억6천만원으로 경쟁업체의 1억5천만원과는 비교가 안된다"고
밝힌다.

동일설비와 같은 수의 종업원을 전제로 했을 경우 경쟁업체보다
2백70억원이나 많은 매출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종업원들이 공정상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 제안한
공정개선안만도 모두 5백건이 넘는다.

이중 3백여건이 채택됐다.

이러니 작년에 종업원 교육비로 투자한 4억6천만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황이사)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베리안의 교육시스템은 독특하다.

짜여진 틀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교육은 거의 없다.

진급등을 했을 경우 받아야 하는 기초직무교육 (연간 24시간)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지난해 1인당 평균 교육시간은 1백69시간.

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21일에 해당한다.

종업원들의 교육량이 의무교육시간의 8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종업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그만큼 높다.

"어떤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가는 종업원 자신이 가장 잘압니다. 회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짤 경우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인사팀 정동근
차장).

한국베리안은 그래서 종업원들이 스스로 필요한 교육을 신청토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신청이 반려된 적은 없다.

교육비도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물론 교육시간은 근로시간과 마찬가지로 유급처리된다.

따라서 종업원들은 대학이나 능률협회등 외부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원하는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지 않을 경우 협력회사인 삼성전자의
교육센터에 의뢰해 이를 해결한다.

"나에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그때 그때 배워서 해결할 수 있어
작업능력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김희완 사원).

한국베리안에서 실시하는 직업교육의 또다른 특징은 해외연수.

주로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 교육은 기술개발의 에너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사원은 지난해 합작회사인 관계로 미국 베리안사에서 3개월간 연수를
받았다.

이 기간중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1주일간 공부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교육은 김사원이 회사에 요청해 받아낸 것.

김사원처럼 지난해 미국등에서 연수한 사람만 58명이다.

전 종업원중 40% 이상이 해외연수를 받은 셈이다.

해외연수는 개인차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외국에서 배워온 기술은 보고서를 통해 필요한 사원들이 공유하게 된다.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세미나등도 연다.

"반도체 장비는 기술발전속도가 빠른 품목입니다. 해외에 나가서라도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못하면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황이사).

한국베리안의 이같은 열린 교육은 종업원들로부터 전폭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일에 관계된 것은 물론 영어회화등 개인적으로 필요한 공부도 회사에서
돈을 대주니 안좋아할 리가 없다.

"교육을 통해 문제해결능력 뿐 아니라 발생할 문제를 예상하고 이를
미리 막아낼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키우게 됐습니다. 이런 자신감은
작업현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요" (김사원).

한국베리안은 결국 교육우선의 경영을 통해 종업원과 회사가 모두
발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